세상은 학연, 혈연, 지연이라는 말이 있죠.
그만큼 뭐가 됐든 간에 인연이라는 인연은 다 끌어모아서 어떻게든 덕을 보려는게 인간의 심리라는 의미입니다.

별별 연을 다 가져다 붙이는 세상이니 피붙이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가족은 말할 것도 없을텐데요. 멀리서 찾아볼 필요도 없이 어지간한 재벌가 총수들은 그야말로 ‘가족끼리 해먹는’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삼성가 3남매가 장악한 삼성, 구씨 일가들이 즐비한 LG, 세상 정씨는 모두 모은 것 같은 현대까지. 3대 기업은 물론이고 수많은 대기업이 가족경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꼭 재계 뿐만이 아닌데요. 연예계에서도 서로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스타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가족 덕을 보자는 마음으로만 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 상부상조해서 나쁠건 없겠죠.

꼭 같은 분야가 아니어도 각자의 분야에서 서로 도움을 주며 성장해온 케이스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배우인 류승범과 감독인 류승완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실제로 류승범은 아예 류승완이 연출한 영화를 통해서 데뷔했는데요. ‘양아치 역을 찾아야 해서 헤맸는데 집 안에 양아치가 누워있더라’라는 캐스팅 일화는 아직도 회자될 정도입니다.
이 때만 해도 류승완이 먼저 주목받기는 했지만 두 사람 모두 같이 성장해나가는 단계였는데요. 하물며 이미 내로라하는 가족들이 같은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다면 당연히 데뷔 때부터 그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겠죠.
그런데, ‘금수저 집안’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무려 20년 동안이나 가족을 숨긴 배우의 사연이 드러나 화제인데요.

사연을 들어보니 정말 돈이 아니라 영화계 입지로 따지면 금수저가 아니라 다이아 수저 수준이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왜 가족들을 숨겼는지, 그 잘나간다는 가족들은 얼마나 잘나가는지 궁금했는데요. 긴 무명시절 끝에 ‘구경이’와 ‘D.P’, ‘더 글로리’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배우 이중옥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최근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혈연으로 맺어진 인맥이 드디어 세상에 알려졌는데요.
영화계의 거물인 이준동과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던 감독 이창동이 이중옥의 가족이었습니다. 의외인건 물론이고 누가 보더라도 엄청난 인맥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죠.

해당 예능 프로그램은 ‘빌런’ 역으로 유명한 배우들이 아카펠라에 도전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데요.
이들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무대에 초대받으면서 멤버인 이중옥의 가족이 밝혀진 것이었습니다.
개막식이 첫 무대였던 아카펠라 멤버들을 위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이준동이 영상편지를 보냈는데요.
이에 이중옥은 이준동이 자신의 작은아버지라는 사실을 밝혀 멤버들을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작은아버지 앞에서 노래하는게 쑥스럽다’라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죠.

이어서 그의 다른 작은 아버지는 걸출한 감독인 이창동이란 사실까지 함께 밝혀졌는데요. 이름만 대도 데뷔 초반에 적잖이 도움을 받았을 수준의 인맥이니 사람들이 놀랄 만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중옥은 가족들이 영화계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 사실을 티내지 않았는데요.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본인의 실력만을 가지고 오디션을 보며 배역을 따내왔습니다.
본인도 배우로 연차를 쌓아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이들과 가족임을 밝힌거죠.

작은아버지인 이창동은 감독인 동시에 나우필름 대표를 맡고 있는데요. 이 사실은 앞서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밝혀진 바 있습니다.
MC인 김태우가 이중옥을 향해 ‘이창동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라며 운을 뗀 것이었는데요. 그제야 이중옥은 자신이 이창동 감독의 조카라는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에 대한 사실을 알리는 것이 조심스러웠음을 함께 언급했는데요.
혹시라도 ‘금수저다’ 이런 얘기를 듣지 않고 실력으로만 승부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네요.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 때 만나는 사이지만 일 앞에서는 ‘얄짤없다’라고도 말했는데요. 이중옥은 본인도 이창동 감독 앞에서 오디션을 보고 있다며 말을 이었죠.
실제로 이중옥은 이창동의 여러 작품에도 출연한 바 있는데요. 조카라서 꽂아준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오디션을 보고 실력으로 따낸 배역들이었다고 합니다.
한 편, 이중옥은 지난 2000년 데뷔해 그야말로 긴 무명시절을 겪어야만 했는데요. 그렇지만 인맥에 기대지 않고 연기력을 쌓아온 덕분에 드디어 얼굴을 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작년에는 ‘신스틸러 페스티벌’에서 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는데요. 그는 ‘앞으로도 작품이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포부를 전했죠.

사람 마음이라는게 간사한 법이다보니 좀처럼 커리어가 쌓이지 않을 때 가족의 도움을 받고 싶었을 법도 한데요.
그렇지만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스스로의 힘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기에 이중옥이 더욱 빛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