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극단 출신 배우라고 하면 ‘연기 잘하는 사람’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마련인데요.
화려한 카메라 워킹 없이 무대 위에서 승부를 봐야하는 만큼 연극 배우들은 연기력이 탄탄할 수밖에 없죠.

그렇지만 연기력에 비해서 벌이는 시원치 않은 경우가 많은데요. 수많은 극단출신 스타들이 과거를 회상하면 항상 하는 얘기가 생활고 에피소드일 정도로 수입이 열악하죠.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연봉이 100만원도 안될 정도로 환경이 나빴다고 하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힘든 와중에도 연기를 그만두지 않은 게 존경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 배우가 10년 동안 연기로 벌었던 돈이 겨우 120만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인데요. 그것도 모자라 고생 끝에 방송 데뷔를 했다가 ‘연극 연기’ 때문에 피를 보기까지 했다는 말까지 들려왔습니다.

‘연극 쪼’가 있어서 연기 못하는 배우로 낙인이 찍혀 한동안 일감까지 끊겨 고생을 했다는 것이었죠. 우리가 아는 극단출신 배우의 이미지와는 완전 반대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연기 잘하는 배우가 털어놓은 이야기였기에 그만큼 사람들의 놀라움도 컸는데요. 감칠맛 나는 연기로 유명한 성동일이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지금의 성동일은 연기부터 예능까지 무엇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메이저 배우인데요. 끼가 넘치는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그의 유년시절은 굉장히 불우했습니다.
연기자의 꿈을 가질 새도 없을 정도로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것이죠.

이미 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성동일은 사생아로 태어났는데요. 그 탓에 무려 10살까지 호적도 없이 자라야만 했습니다.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그의 어머니는 전국으로 생선을 팔러 다녔는데요. 그렇게 성동일과 그의 누나는 보호자 없는 유년시절을 보내야만 했죠.
성동일의 아버지는 그의 입학과 호적 정리를 위해 뒤늦게 어머니와 살림을 합쳤는데요. 그렇지만 매일같이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는 가족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죠.
그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빨리 커서 독립하는게 꿈이었다’라는 씁쓸한 말을 꺼냈는데요. 장래 희망조차 없이 살던 그에게 꿈을 심어준 것이 바로 연기였습니다.

20대가 되어서야 처음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고 연기자라는 꿈을 갖게 된 것이죠. 그렇게 극단에 들어갔지만 생활은 계속해서 어려웠는데요.
작품 하나를 끝내고 받는 돈이 겨우 5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작품 하나를 공연하고 준비하는 기간만 해도 몇 달이 걸리니 1년에 작품 세 개를 해도 15만원을 버는 셈이죠.
결국 성동일은 어머니를 고생시키면 안된다는 생각에 탤런트 데뷔로 눈을 돌렸는데요. 그는 SBS 공채 탤런트 시험에 응시해 한 방에 뽑히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같은 해 데뷔한 KBS의 장동건과 MBC의 이병헌까지 세 사람은 신인 유망주로 불렸는데요. 심지어 성동일은 첫 작품에서 주연을 따내기까지 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죠.

그렇지만 오히려 그의 연극 경력이 걸림돌이 되는데요. 연극식 발성을 쉽사리 고치지 못해 ‘연기 못하는 배우’로 낙인이 찍혀버린 것이었습니다.
첫 주연 작품에서 중도하차를 당한 것도 모자라 소문이 나면서 일거리가 확 줄어들었죠. 주연이던 성동일은 단역 신세로 하루아침에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드라마 ‘은실이’에서 맛깔나는 사투리 연기에 특이한 옷을 입은 ‘양정팔’ 역을 맡아 다시 화제를 모았죠.
그렇게 뒤늦은 전성기를 맞은 성동일은 드디어 연기자로 제대로 된 수익을 벌어들이기 시작했는데요. 그러던 중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5억원이나 되는 빚을 떠안았습니다.

배우로 자리를 잡을 시기에 사기를 당하면서 성동일은 완전 침체기에 접어들었는데요. 그를 다시 살린 것은 바로 그의 아내였습니다.
울산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난 성동일은 첫 눈에 그에게 반해버렸죠. 성동일은 서울에서 촬영을 하면서 매일같이 울산으로 내려가 아내와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그렇게 2년 만에 결혼을 했지만 5억원의 빚은 여전히 남아 있었는데요. 그렇지만 성동일은 자신은 개그맨이 아닌 배우라는 생각으로 예능 섭외를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출연할 자리를 골라내니 당연히 빚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요. 그러던 중 성동일은 아내가 자신 몰래 식당에서 설거지 알바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게 됐죠.

그는 ‘내가 지금 가릴 처지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생계형 예능을 시작하게 됐는데요.
그러던 차에 드라마 ‘추노’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드디어 배우로, 그리고 가장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추노’를 기점으로 성동일은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죠.
연기자와 예능인의 경계를 두지 않고 연기에 매진한 덕분에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셈이었습니다.

성동일은 지금까지도 ‘나는 연기라는 기술을 제공하는 기술자’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요.
자신을 향한 끊임없는 채찍질을 통해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가 아닌가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