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창업주 故 신격호 명예회장은 최장수 총수로 유명하죠. 99세의 나이로 별세하면서 재벌 총수 중 가장 긴 수명을 자랑했는데요.
하지만 신격호 회장이 최장수 회장이라는 것보다 복잡한 가정사가 더 많은 이목을 끌었죠.

특히나 세 명의 부인을 뒀다는 사실은 충격에 가까웠는데요. 그중에서도 신격호 회장의 ‘숨겨진 여인’인 세 번째 부인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살아생전 증여 문제로 한차례 법원을 오간 적이 있죠.
2016년 검찰은 신격호 당시 총괄회장이 자신의 홀딩스 지분을 2005년부터 2010년 사이 불법으로 증여하면서 증여 및 양도세 등 세금을 전혀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했는데요.
탈법행위를 감행하면서까지 자신의 지분을 넘겨줬던 이가 누군지 이목이 쏠렸죠. 당시 두 아들의 후계자 싸움이 치열했던 만큼 지분의 행방에 대한 관심은 높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지분은 생각지도 못한 이가 받았는데요. 바로 신격호 회장의 혼외자와 그의 모친이었죠.
신격호 명예회장에겐 3명의 여인이 있습니다. 첫째 부인 故 노순화 씨는 1940년 당시 19세의 신격호 회장과 부부의 연을 맺었는데요.
하지만 결혼 이듬해 신 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롯데’를 세웠고 노순화 씨는 홀로 한국에 남아 딸 신영자를 키워냈지만 1951년 안타깝게 생을 마감합니다.
이후 신격호 명예회장은 1952년 일본 유력 가문의 딸 시게미쓰 하츠코와 재혼하였고 그 사이에서 장남 신동주와 차남 신동빈을 낳죠.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인 1967년 한국으로 돌아온 신 회장은 자본금 3천만 원으로 서울에 롯데제과를 설립합니다.
그는 국내에서 식품뿐만 아니라 유통·관광·화학 등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롯데그룹을 90여 개의 계열사, 매출 100조 원의 재계 서열 5위 기업으로 키워가죠.
그 사이 신 명예회장은 하츠코 여사와 혼인관계를 유지한 채 다른 여인과 혼인관계를 시작하는데요.
신격호 명예회장의 총애를 받아 수천억 원대의 자산을 증여받은 이가 바로 세 번째 부인 배우 서미경 씨입니다.

서미경은 10살 나이에 아역배우로 데뷔해 영화 ‘피도 눈물도 없다’ ‘홍길동’ ‘단둘이서’ ‘청춘불시착’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는데요.
안양예고를 졸업한 이후 1977년 제1회 미스롯데 선발 대회에서 우승하며 더욱더 주목받게 되죠.
유독 눈에 띄는 서구형 외모로 화제가 된 서미경은 롯데제과 CF에 등장해 “껌은 역시 역시 롯데 껌”이라는 문구로 대중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습니다.
같은 해 연말 TBC 신인상을 수상한데 이어 1978년 드라마 ‘상노’에서 큰 사랑을 받으며 배우로서도 입지를 다져가는데요.

하지만 1981년 드라마 ‘대명’ 이후 돌연 은퇴를 선언해 큰 화제가 되었죠.
당시 그는 일본 유학을 위해 은퇴를 한다고 발표했지만 강력한 스폰서가 유학을 뒷받침했다는 등 사생활과 관련한 여러 루머가 양산되기도 했습니다.
실제 그 루머는 사실이었고 유학을 떠나고 2년 뒤 25살의 서미경은 62세의 신격호 회장의 딸 신유미를 출산하죠.
이후 1988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딸을 신 회장의 호적에 입적시키며 셋째 부인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합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미스롯데 선발대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선발대회 때부터 서미경을 눈여겨본 신 회장은 서미경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고, 이에 서미경 역시 신 회장에게 마음을 열게 됐다고 알려져 있죠.
신 회장과 서미경은 무려 38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연인이 된 것인데요.
신격호 회장은 나이 차가 꽤 많이 나는 서미경과 62살에 얻은 딸 신유미를 굉장히 아꼈다고 합니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당시 주간지에 서미경의 ‘서’자만 나와도 기사를 막으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의 일부를 서미경과 신유미 모녀에게 양도하는 등 큰 애정을 쏟아부었죠.
서미경이 신 회장으로부터 받은 자산은 상상을 초월하는데요.
2016년 검찰 조사로 밝혀진 불법증여 재산 중 롯데홀딩스 지분은 주식 가치로 따졌을 때 7천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서미경 모녀는 방배동 4층짜리 빌라 롯데캐슬 벨베데레, 종로구 동숭동 공연장 유니플렉스와 경남 김해시 73만여 ㎡땅을 포함해 총 1800억 원에 이르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죠.

이들의 불법증여와 관련해 대법원은 서미경에게 무죄를, 신격호 회장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하는데요. 하지만 신격호 회장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불구속 처분이 내려집니다.
더 놀라운 건 문제가 되었던 2100억 원의 증여세 역시 신격호 명예회장이 납부했다는 사실인데요.
결국 서미경과 신유미 모녀는 어떠한 처분 없이 1조 원이 넘는 자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죠.
막대한 재산 양도에 대해 재계에서는 “신 명예회장이 평소 신유미를 유독 총애했으며, 자신의 옆에 있어준 서미경에 대한 고마움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회장의 총애를 받았지만 ‘첩’이라는 위치는 변할 수 없었나 본데요. 신 회장의 사망 당시 상주에 이름을 올리기는커녕 단 30분의 빈소 방문으로 남편과의 작별을 고할 수밖에 없었죠.
신격호 회장과 서미경 씨를 세기의 로맨스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추악한 스캔들로 바라봐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데요.
하지만 퍼주기 바빴던 신격호 회장의 모습으론 그의 사랑은 진심이지 않았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