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정글의 마약왕이 ‘한국인’이다.
거기에 그 한국인 마약왕을 잡기 위해 한국의 국정원과 미국의 DEA(마약단속국), 브라질의 경찰까지 공조했다.
이 정도 스토리면 ‘100퍼’ 그저 그런 영화의 시퀀스가 등장하겠다고 생각하실 텐데요. 하지만 이 이야긴 100% 실화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은 2009년 검거된 조봉행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이죠.
평범한 한 가장이 국정원과 함께 마약왕을 그것도 국외에서 체포하기 위해 비밀 작전을 수행했다는 이야기는 ‘뻥’이 유난히 심한 아재의 모험담 같기도 한데요.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을 모티브로 했다는 말에 ‘수리남’은 전 세계 시청자들이 찾는 ‘드라마 맛집’이 되었습니다.
실제 사건을 가지고 만들었다고 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작가의 허구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특히 정글의 마약왕이었다가 평범한 한 시민의 손에 잡히게 된 기구한(?) 인생의 ‘전요환=조봉행’의 근황에 관심이 쏠렸죠.
“코카인은 자연적으로 태어난 주님의 은총이야. 그 은총을 다룰 수 있는 건 나밖에 없고’라는 드라마 속 대사는 전요환의 성격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목사 행세를 했던 마약왕 조봉행은 1980년대부터 수리남에서 선박 냉동기사로 일을 하며 터전을 마련하는데요.
이후 국내에 들어왔다가 10억 원대 빌라 사기 사건에 휘말려 수배가 내려지자 다시 수리남으로 도망을 치면서 범죄에 뿌리 깊게 발을 내리게 되죠.
그는 지명수배로 한국 귀국이 어려워지자 수리남 국적까지 취득하는데요. 이후 면세유 밀매, 밀입국 사업 등을 하다가 마약에 손을 대게 됩니다.
그가 마약 사업을 빠른 속도로 키워나갈 수 있었던데는 남미 최대 마약 카르텔과의 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요.
또한 영화에서처럼 수리남의 군·관·정계 고위층과의 친분도 큰 역할을 하였죠.
조봉행은 이후 성공한 광물 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한국 교포들을 포섭해 보석(마약)을 남미에서 유럽으로 운반해 주면 보상금을 주겠다고 유인하는데요.
이에 평범한 주부나 대학생들이 그의 마수에 걸려 영문도 모르고 마약 운반책이 되어 체포되거나 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 사건도 영화화된 적이 있는데요. 바로 배우 전도연이 주연을 맡았던 ‘집으로 가는길’이었죠.
사업 수단이 남달랐던 조봉행은 2005년 인터폴 수배 명단에 오를 정도로 마약계 거물로 성장하는데요.
이에 국가정보원과 미국 마약단속국, 브라질 경찰까지 총동원된 공조 작전이 벌어지게 되었고, 2009년 결국 그는 체포되게 됩니다.
2009년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공항에서 체포된 후 국내로 압송된 그는 2011년 징역 10년·벌금 1억 원을 선고받는데요.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조봉행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아졌죠.
선고를 받은 지 1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조봉행은 만기 출소를 하였을 텐데요.
조봉행의 근황이 알려지지 않으면서 세간에선 그가 수리남으로 돌아가 호화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 조봉행의 뜻밖의 근황이 전해져 충격을 주었는데요. 그가 현재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졌죠.
해남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던 조봉행은 심부전·고혈압 등 지병 악화로 2016년 형 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출소합니다.
그 후 광주광역시의 한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같은 해 4월 19일 사망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죠.
반면 죄를 졌지만 여전히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인물도 있는데요.
드라마 속에서 수리남 대통령의 모티브가 되었던 군 간부는 여전히 수리남의 권력자로 남아있습니다.
80년대 군사 쿠데타에 가담하면서 수리남의 실질적인 통치자가 되었던 데시 바우테르인데요.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후 2010년엔 대통령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죠.
데시 바우테르가 권력을 유지하는데 마약이 큰 역할을 하는데요.
실제 코카인 밀매 혐의로 1999년 네덜란드 법정에서 징역 11년 형을 받지만 네덜란드로 송환되지 않았고 이후에도 계속 권력을 유지합니다.
그와 손잡은 조봉행은 수리남에 들어오는 아시아계 승객의 명단을 미리 확보할 수 있었고 그들을 포섭해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한 것이죠.
정말 영화보다 더 한 현실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거기에 조봉행의 사망 소식까지 1000만 흥행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할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