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택 매매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전세시장마저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금리까지 오르면서 세입자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커졌는데요.

거래절벽에 매매매물마저 전세매물로 돌아서면서 전세매물이 하루가 다르게 쌓여가고 있죠.
이 같은 전세 시장 침체기에 역전세는 물론 일부에서는 역월세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내 인기 지역의 한 대단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A 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는데요.
2년 전 보증금 9억 원에 전세계약을 했던 임차인이 최근 ‘만기가 끝나면 이사를 가겠다’라고 통보했기 때문이죠.

현재 해당 단지의 전세시세는 6억 원대로 뚝 떨어진 상황이라 새로운 임차인을 구한다 해도 현재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모두 돌려주긴 턱없이 부족하였는데요.
추가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임차인에게 전세 이자를 대신 내주는 조건으로 재계약 의사를 물어볼 생각이죠.
최근 임대차 시장에서는 세입자에게 ‘역월세’를 제안하고 있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역월세란 계약서상으로 전세보증금을 낮추지 않는 대신, 세입자가 인하하기를 원하는 만큼의 전세금에 대한 대출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집주인이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것을 말하는데요.

한마디로 집주인이 되려 세입자에게 월세를 내주는 거래 방식을 뜻하죠.
최근 전세 매물이 쌓이며 하루가 다르게 전세가가 하락하자 좀 더 저렴한 집을 찾아 떠나는 세입자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집주인들은 전세대출 금리가 최근 최고 7%대로 치솟으면서 전세 수요가 급감하자 ‘세입자 모시기’에 급급한데요.
전세 세입자가 퇴거할 경우 수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최근 전세가가 대폭 하락하면서 당장의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수두룩하죠.

결국 궁여지책으로 등장한 것이 매달 일정 액수의 현금을 세입자에게 건네는 ‘역월세’입니다.
주로 갭투자가 활발했던 지역이나 새 아파트 입주량이 많은 지역, ‘영끌’ 집주인들이 역월세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역월세 거래 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예를 들어 2년 전 보증금 5억 원에 이뤄졌던 전세 계약이 현재 시세가 4억 원으로 낮아졌다면,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를 받더라도 보증금을 내주기 위해 1억 원의 거액이 필요하죠.

새로운 세입자에게 4억 원 이상을 받기 어렵기에 집주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세입자에게 1억 원에 대한 이자를 월세처럼 건네는 것인데요.
일반적으로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이자 비율 ‘전월세 전환율’에 의거해 연 10%, 아니면 기준금리 더하기 2% 중 낮은 걸을 적용합니다.
기준금리로 따지자면 현재 기준금리 3%에 2%를 더한 5%가 이자 비율이 될 수 있는데요.
1억에 대한 5%인 500만 원을 열두 달로 나누면 월 41만 6600원가량을 집주인으로부터 월세로 받을 수 있죠.

만약 전세대출 이자가 전월세 전환율 5%보다 높다면 집주인과 협약을 통해 월세를 조절하는 등의 협의해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입자 입장에선 역월세로 현금을 챙길 경우 이사비, 중개비 등 새 집을 구할 때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죠.
역월세를 결정했다면 몇 가지 주의할 점도 있는데요. 임대 기간, 임대보증금, 받지 못한 보증금 차액을 명시한 것은 물론이고 월세 금액까지 쓴 역월세 계약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또한 이후 전세가가 더 하락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역월세 계약서는 물론이고 원계약서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대처할 수 있죠.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세입자가 ‘갑’이 되는 세입자 우위 시장은 심화하는 중입니다.
아파트 전세수급동향을 보면 전세의 경우 지난 9월 기준 90.2로 2019년 1월 88.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주었는데요.
수급동향이 0에 가까울수록 공급우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 우위로 볼 수 있는데 지금은 공급우위의 분위기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이죠.
실제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 8300여 건으로 전년 동기 69%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전세 공급이 쏟아지면서 세입자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요.
전세가격이 더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어 역월세 문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세입자에게 월세를 줘야하는 집주인이나 전세금이 더 떨어지져 혹시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인 세입자들이나 모두 현 상황이 달갑지 않은데요.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한 상황이 안전하게 연착륙할 수 있을지 국민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