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가 모텔들이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반상가와 모텔 등을 소유한 건물주들이 돈 안되는 숙박사업을 포기하고 오피스텔 재건축으로 눈을 돌리는데요.

건물주들의 행보로 서울 부동산이 상업지도가 바뀌고 있죠.
서울 송파구에서 20년째 모텔을 운영 중인 A 씨는 최근 몇 달간 고민에 빠졌습니다.
지난해 여름 한 중소 건설사가 모텔을 무려 200억 원에 통째로 사들이겠다는 뜻밖의 제안을 한 것인데요.
수백억 원에 이르는 큰돈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A 씨는 결국 그 제안을 거절합니다.

경기가 안정되면 마땅한 건설시행사를 골라 모텔을 허물고 오피스텔을 세우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죠.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이어진 골목길 좌우엔 모텔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그런데 모텔 중간중간 새롭게 올라간 건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영업 중인 모텔 등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신축 빌딩들은 모두 오피스텔이죠.
‘봉천동 모텔촌’이라 불리던 이곳에 최근 5년 사이 모텔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10~15층 사이의 오피스텔들이 속속 들어서는데요.

동네 곳곳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도 ‘오피스텔 분양 상담’이라는 전단을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강남·서초·송파구 일명 ‘강남3구’의 모텔사업주들 사이엔 ‘오피스텔 재건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죠.
낡은 모텔을 부수고 그곳에 수요가 많은 오피스텔을 재건축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사례가 급속히 늘어났는데요.
이러한 투자방식은 관리비가 많이 드는 모텔에 비해 새 오피스텔을 분양하는 것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는 등 효율적인 투자법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죠.

서울시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반상업지구에 건축된 오피스텔의 수는 상당한데요.
서울시 일반상업지역에 건축 허가를 받은 건물들 총 710건 가운데 오피스텔이 559건, 청년주택 75건, 도시형생활주택 59건 등으로 오피스텔이 전체의 7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서울 중심가 곳곳에는 과거 모텔 자리에 고층 오피스텔을 짓는 건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요.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기존 숙박업소를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거나 재건축하면 매매가나 전·월세 가격이 주변보다 10~20% 저렴해 인기가 많다”라고 전하였죠.

또 “모텔 자체를 매도하는 것보다 재건축하는 게 건물주에게 실익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모텔 소유주들도 리모델링 비용, 광고비, 카운터·청소 직원 인건비 등 각종 관리비를 들이는 것보다 새 오피스텔을 분양해 수익을 얻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데요.
모텔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의 경우 상업지역이다보니 용적률이 700% 안팎까지 허용되며, 10층 이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점도 오피스텔 재건축 열풍에 기름을 붓고 있죠.
게다가 재건축 열풍이 불고 있는 강남지역 모텔촌은 대부분 지하철과 10분 거리인 역세권에 위치해 있는데요.

기본적인 주거 수요가 뒷받침되는 지역이기에 모텔 운영에 비해 재건축을 했을 때 수익률이 훨씬 뛰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모텔을 오피스텔로 재건축하면 양도세 폭탄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건물주의 마음을 동하게 만들죠.
모텔 매각 시 사업주는 지방세를 포함해 통상 시세차익의 35%를 양도세로 내야 하는데요.
10년 전 20억 원에 매입한 모텔을 200억 원에 되팔아 180억 원의 시세 차익을 누린다 치더라도 약 70억 원의 세금을 내고 나면 110억 정도만이 수중에 남게 돼 매각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없죠.

재건축 사업지 마련을 위한 담보대출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통하는데요.
만약,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주택사업을 추진한다면 연 2%대 금리로 최대 70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전체 가구의 절반만 분양하고 나머지 절반은 전·월세를 주는 구조를 택한다면 전·월세로 수익을 내면서 건물값 상승을 통한 미래 수익까지 보장받을 수 있죠.
모텔촌의 변신에 건물주뿐 아니라 지역 주민과 상인들도 반기는 모양새인데요.

음습한 분위기의 모텔촌들이 오피스텔로 바뀌며 카페와 식당 등 상업 시설이 들어서 분위기는 물론 상권도 살아난다는 평가입니다.
또한 오피스텔의 공급이 늘면서 강남지역 주택 수요에 숨통을 터줬다는 분석도 나왔죠.
모텔의 이유 있는 변신에 많은 관심이 모이는데요. 모텔의 오피스텔 탈바꿈이 강남3구를 넘어 서울 전지역으로 터져나갈지 부동산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