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청약시장의 분위기에 일부 아파트 단지는 통째로 미분양 사태가 발생한데 이어 ‘줍줍’까지 미달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경기도 성남시 ‘이안 모란 센트럴파크’의 무순위 청약은 74가구 모집에 27명만 신청하였는데요.

이 단지는 지난 5월 처음 청약을 접수했는데 당시 당첨자 전원이 계약을 포기하면서 단 1채도 팔리지 않는 수모를 당하였죠.
수도권에서도 인기 지역으로 꼽히는 성남에서 아파트 단지 전체가 미계약되자 부동산 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는데요.
이어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무순위 청약에서마저 절반 넘게 미달되자 분양업계에선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다”라는 평가마저 나왔습니다.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는 가운데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시장이 꽁꽁 얼면서 청약시장마저 찬바람이 불고 있는데요.

작년까지만 해도 먹혔던 ‘분양=완판’이라는 공식이 올해는 힘을 잃고 있습니다.
수백 대 일은 기본이었던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 미분양 단지가 속속 생겨나고 ‘줍줍’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던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하는 단지가 여럿 발생하였는데요.
이에 과거 주택시장 침체기 때 유행했던 외제차, 명품 가방 경품 등이 다시금 등장하고 있죠.
청약 시장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일부 분양 현장에서는 미분양을 방지하기 위해 파격적인 경품을 내거는 마케팅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건설사들이 청약자나 모델하우스 방문객,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명품 가방, 자동차 등 경품을 주고 있는데요.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에 들어서자 미끼상품을 내걸어서라도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건설사들의 궁여지책이죠.
3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경북 칠곡군 왜관읍 ‘칠곡 왜관 월드메르디앙웰리지’는 청약자를 대상으로 추첨 경품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1등과 2등에는 루이비통 핸드백을, 3등에게는 루이비통 지갑을 주는 행사였는데요.

이 밖에도 삼성 의류 건조기, 무선 청소기 등도 경품 목록에 올라와 있었죠.
앞서 지난달 ‘여수 더로제아델리움 해양공원’도 아파트 청약자와 단지 내 상가 계약자를 대상으로 1500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냉장고, 드럼 세탁기, 황금열쇠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수요자를 모집한 바 있습니다.
오피스 등 투자상품 분양 시장에서도 고가 경품이 등장하였는데요,
경기도 화성시 송동에 들어서는 약 600실 규모 ‘동탄푸르지오 시티 웍스’는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벤츠 등 자동차, 가전제품 추첨 이벤트를 진행하였죠.

분양시장에서 고가의 경품은 침체 국면이 극심할 때 심심치 않게 등장하였던 마케팅 방법인데요.
분양시장 침체기였던 지난 2016년에는 벤츠C클래스 자동차, 200g짜리 골드바, 명품백, 100만 원 등의 경품이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실제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2만 7900여 가구로 작년 말 1만 7700여 가구에 비해 57%가량 늘어났는데요.
건설사들은 수백만 원짜리 경품 등으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미분양으로 인한 손실보다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부동산 전문가 역시 “집값이 상승하는 시점엔 분양을 서두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반대의 분위기라 가능한 한 빨리 털어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하였는데요.
이어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경기 침체나 가격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선제적으로 분양을 끝내기 위해 고가의 경품 마케팅 기법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하였죠.
경품뿐 아니라 일부 단지는 중도금 무이자, 계약금 정액제 등 금융혜택을 주는 곳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대구 남구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 2차’는 1차 계약금 1000만 원, 4~6회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였습니다.

이 단지 오피스텔의 경우도 1차 계약금을 1000만 원 정액제를 적용한데 이어 중도금 60%를 무이자로 대출해 주었고 취득세도 일부 지원하였죠.
100% 계약금 안심보장제를 도입한 곳도 있는데요.
대구 달서구 본동에 짓는 ‘달러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는 분양 후 계약자들이 일정 시점 계약 해지를 원할 시 위약금 없이 계약금을 계약자에게 돌려주기로 하였죠.

최근 수도권 등 입지가 좋은 지역에서도 미분양의 고배를 마시는 건설사들이 늘면서 분양 시장에 고가 경품, 매력적인 금융혜택 등이 등장하는데요.
미분양을 막겠다는 건설사들의 노력이 눈물겹기까지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