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100년 만의 폭우로 강남 일대가 또다시 물에 잠겼는데요.
집중호우의 피해를 복구하기도 전에 역대급 태풍으로 꼽힌 힌남노의 여파로 전국 각지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내린 비로 인해 저지대 주민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하지만 같은 피해 지역에 있었음에도 나 홀로 침수 피해를 피할 수 있었던 건물들이 있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공통점으로 같은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었는데요. 노아의 방주를 방불케한 사진에 모두들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죠.
지난 8월 8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물 폭탄에 가까운 비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특히 서울 동작구 일대는 기상 관측 이래 115년 만의 역대 최고치의 강수량을 기록하였는데요.
어마어마한 비로 곳곳에서 인명피해는 물론 주택, 상가, 지하철역, 도로 등이 침수 피해를 입었죠.
서울시 내에서도 상습지역으로 꼽히는 강남은 이번에도 침수 피해를 피하지 못하였는데요.
주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고 포장도로가 많은 강남역 인근은 차량이 떠나니고 지하철역이 침수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역대급 강수량을 기록했던 동작구 내 지하철 7호선 상도역은 내리는 비를 비웃기라도 한 듯 침수 피해를 피해 갔는데요.
상도역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상도역 2번 출구 앞 ‘멍청이 계단’ 덕분이었죠.
이 계단은 지하철역에서 바로 앞 보도블록을 연결하는 계단으로 평지에서 네 칸을 올라갔다 그대로 평지로 네 칸을 내려오는 형태로 설계되었는데요.
정말 1도 쓸모없는 구조로 만들어진 계단을 보고 한때 온라인상에서 ‘한심한 계단’ ‘세금 루팡’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집중호우 덕에 하루아침에 이 ‘멍청이 계단’의 명성이 달라지게 되었는데요.
이 계단은 바로 폭우가 내렸을 때 빗물이 지하철역으로 넘쳐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차수판’을 설치하기 위한 보조 계단이었죠.
상도역 2번 출구 역시 강남역과 마찬가지로 지대가 낮아 과거부터 잦은 침수피해로 곤욕을 겪어왔는데요.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해당 구역에 50cm 높이의 차수판을 설치하였고 몸이 불편한 노약자나 어린이 등이 차수판을 건너기 어려울 수 있어 보조 계단을 설치합니다.

그 덕에 상도역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지하철 7호선 이수역이 침수 피해를 겪는 동안 상도역은 안전할 수 있었는데요.
서울교통공사 측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상도역에도 약간의 누수가 발생하였지만 역 전체가 잠기는 피해는 없었다”라고 답변하였죠.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상도역의 멍청이 계단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멍청이 계단이 만들어진 이유가 되기도 하였던 차수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요.

차수판의 설치 유무로 운명이 크게 갈라졌던 포항 침수 지역의 아파트 소식이 알려지며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9월 6일 한반도를 할퀴고 간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은 초토화되었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한 아파트 단지의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며 7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였죠.
그런데 인근의 다른 아파트의 경우 인명 피해는커녕 차량 침수 피해도 피할 수 있었는데요.

해당 아파트는 2019년 지하주차장 입구 3곳에 차수판을 설치한 덕분에 이번 태풍으로부터 침수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차수판 등의 방지 시설물이 설치된다면 빗물의 유입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이 가능한데요.
이에 행정안전부는 2017년 지하주차장이나 지하상가 등에 차수판 등의 시설을 설치하는 지하공간 침수 방지 기준을 마련하였지만 가이드라인일 뿐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더욱이 차수판 등 침수 방지 시설 적용 대상은 침수 위험 지역 등으로 한정돼 있죠.

이번 강남역 침수에도 서초동에 위치한 청남빌딩은 방수문 덕분에 ‘침수 방어’에 성공하였는데요.
1994년 청남빌딩 완공 당시 설치한 방수문 하나로 청남빌딩은 단 한 번의 침수 피해도 입은 적이 없습니다.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집중호우, 초대형급 태풍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는데요.
이에 지하공간 시설물 관리와 비상체계를 철저히 구축해 기습적인 폭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