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부동산 시장이 역대급 한파를 겪고 있죠. 거래량이 곤두박질치면서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양상인데요.
전국 집값은 최근 10년 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였고,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거래 절벽 속에서 매수 대기자들은 급매물 외에는 눈도 돌리지 않는데요. ‘급급매’에 ‘반값 아파트’까지 등장하면서 매도인들의 비명소리가 그치지 않죠.
지난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다섯째 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5% 떨어졌습니다. 이는 2012년 7월 9일 후 10년 2개월 만의 최대 낙폭인데요.
전국 부동산 시장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지만 특히나 지난해 2030세대들의 ‘패닉바잉’이 집중됐던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그간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서울 아파트 중위값도 하락하기 시작하였는데요.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 9천만 원으로 전달보다 0.12% 하락하였죠. 중위가격이 하락한 것은 2020년 9월 이후 약 2년 만의 일입니다.
부동산 시장에 불어든 역대급 한파에 신고가 대비 수억 원씩 내린 ‘급매’ ‘급급매’ 계약도 잇따르는데요.
최근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서 이전 최고가 대비 4억 원가량 급락한 실거래가가 잇따라 신고되면서 이목을 끌었습니다.
6월 말과 7월 말 ‘동탄 더샵 레이크에듀타운’ 84㎡가 각각 8억 5000만 원에 거래됐는데요. 해당 면적은 지난해 9월 12억 1700만 원에 거래된 바 있죠.

10개월 만에 가격이 무려 30%가량 하락한 것입니다. 현재 해당 단지는 지난해 고점보다 시세가 떨어지긴 했으나 평균 매물 호가가 10억 5000만 원 선인데요.
최고가가 13억 5000만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억 원 이상 빠진 거래에 지역 주민들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특히나 해당 단지는 2016년 1순위 평균 50 대 1에 가까운 높은 청약 경쟁률을 자랑하며 ‘로또 청약’으로 불리던 곳이었죠.
불과 몇 개월 사이 최고가 대비 억소리 나게 떨어진 거래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데요. 강남에선 최고 10억 가량 떨어진 거래가 등장해 쇼크를 주기도 하였습니다.

실거래가 급락 지역이 수도권 동탄신도시, 인천 송도에서 시작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강동구 재건축 단지에 이어 강남 알짜 단지로까지 확산되며 ‘하락 공포’가 퍼져가고 있죠.
인청 송도에는 지난달 84㎡ 형이 최고가 대비 절반 정도인 6억 5000만 원에 거래되었습니다. 마곡지구에도 4억 원가량 하락한 실거래가가 등록되었는데요.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84㎡는 지난 4월 19억 8000만 원까지 찍으며 20억 고지를 앞두고 있었지만 지난달 초 5억 원이 떨어진 14억 8000만 원 실거래가 등장하였습니다.
‘불패신화’를 보여줬던 강남도 한파 앞에서 힘을 못쓰는데요. 적게는 4억에서 많게는 7억 원 이상까지 떨어진 실거래가 신고가 나타났죠.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134㎡는 지난해 10월 49억 4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50억 원을 코앞에 두었는데요. 그런데 지난달 8월 42억 3000만 원의 폭락 거래가 이뤄졌죠.
강남구 청담동 ‘래미안청담로이뷰’ 110㎡도 지난달 초 28억 2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12월 38억 원 최고가에 비해 10억 원이나 떨어진 거래가 등장하였습니다.
말문이 막히는 액수에 아파트 주인들은 분노를 금치 못하였는데요. 실제 상당수 매물들이 37~38억 원의 호가를 나타내는 가운데 예외적인 거래라는 게 다수의 의견이었습니다.
수억 원씩 낮은 거래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대개 당장 자금이 급한 ‘급매’로 파악하였는데요.

수억 원씩 하락한 거래들 중에는 복잡한 채무 등으로 심한 자금 압박을 받은 사례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죠.
실제 4억 원 정도 낮게 거래된 동탄신도시 아파트의 경우 매도 전 6억 원에 가까운 채권최고액으로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 최고가 21억 9000만 원보다 5억 원 가까이 낮은 17억 원에 팔린 잠실엘스 59㎡도 채권최고액 19억여 원으로 대부업체에 돈을 빌린 상태였죠.
헐값에 팔았지만 매도인들이 돈을 벌지 못한 건 아닌데요.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했던 만큼 몇 억씩 낮춰 팔았어도 상당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4억 원가량 싸게 팔린 동탄신도시 ‘동탄 더샵 레이크에듀타운’ 84㎡은 30대가 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분양받은 ‘로또’였죠.
분양가 4억 원으로 최고가 수준에서 매도하면 그는 ‘8억’ 로또에 당첨되는 셈인데요. 하지만 8억 5000만 원에 팔아도 4억 원이라는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결국 억 단위로 떨어진 거래 일지라도 매도인 수중에 상당한 금액의 차익이 남는 셈이었죠.
하지만 ‘급급매’ 거래가 계속된다면 이건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지금까지는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의 초급매이지만 앞으로 주택 경기가 더욱 나빠지면 결국 손해를 보더라도 집을 처분하는 급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는 집값 하락에 가속화된다는 신호로 부동산 시장의 냉각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초급매 증가로 주택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는데요. 살을 파고드는 찬바람에 집주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