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미덕이 많이 흐려진 요즘인데요.
재벌들이 선행을 안한다는건 아니지만 우리같은 범인과 동떨어진 삶을 산다는 느낌은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재벌들도 인간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도록 행동하는 경향이 짙어졌는데요.
대기업 오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마케팅을 해나가는게 대세가 되었죠.
재벌들의 이런 마케팅에는 SK의 최태원 회장이 지대한 공헌을 했는데요.
그가 SNS에 ‘나도 뚜껑에 있는 요플레를 핥아먹는다’는 답변을 달면서 사람들이 친근한 재벌이라는 새로운 모습에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는 두산의 박용만과 신세계의 정용진이 친근한 재벌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죠.
물론 아무리 친근하다고 해서 정말 서민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이미지 관리 면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소탈함이 그냥 100% 꾸며진 것만은 아니었던 모양인데요.
그의 딸이 보이는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죠.
최근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이 SK하이닉스라는 잘나가는 대기업을 두고 의외의 행보를 보여 화제가 되었는데요.
SK하이닉스를 휴직하고 미국의 한 스타트업에서 자문역을 맡았다는 소식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 자문역이 돈을 한푼도 받지 않고 진행된다는 데 있었는데요.
최민정은 샌프란시스코에 자리한 원격의료 스타트업 회사인 ‘던’에서 재능기부 형태로 무보수 자문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단순히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만이 포인트가 아닌데요. 이 회사는 ADHD 원격 진단과 상담, 치료를 회원제로 진행하는 기업입니다.
평소 최민정은 스타트업에 깊은 관심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죠. 사회적으로 뜻깊은 일을 하는 동시에 발전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인데요.
그녀의 이런 재벌답지 않은 행보는 과거부터 꾸준하게 이어져 왔습니다. 최민정은 무려 해군 장교로 복무한 이력이 있는데요.
재벌 2세, 3세가 심심치 않게 면제문제로 곤혹을 치르는 것을 생각하면 특이하기 그지없습니다.
의무 복무인 남자도 빠지고 싶은 군대를 자진해서 갔죠. 군복무에 앞서 베이징대학 경영학과에 재학중일 당시에도 소탈한 모습을 속속 볼 수 있었는데요.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자녀지만 생활비를 아르바이트로 직접 충당했다고 합니다.
졸업 후에도 한국에 귀국한 뒤 동업자와 ‘판다코리아닷컴’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공동 창업했지만 입대를 하면서 모든 지분을 매각했죠.
복무 당시에는 충무공이순신함에 탑승했는데요. 이 군함은 한국 해군에서도 몇 없는 대형전투함인 만큼 굉장히 군생활이 고되기로 유명합니다.
내부 군기도 빡세고 행사 차출도 잦은데다 순번제로 파명까지 나가죠. 심지어 파병 지역은 그 악명높은 소말리아 해역이었는데요.
이렇게 입대 자체도 화제가 될만한 상황에서 복무까지도 아주 알차게 꽉 채워서 하고 나왔습니다.
예비역 중위로 제대한 뒤에는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산하 조직인 인트라(INTRA)에 대리로 입사했는데요.
인트라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 자리하면서 SK하이닉스의 국제통상과 정책대응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입니다.
해외에서의 유학경험에 전공을 살려 기업의 대외적인 방향에 일조한 셈인데요.
그 뒤에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SK하이닉스 미국 법인 전략파트로 이동해 인수합병과 투자를 담당했습니다.
SK 하이닉스에 입사한 뒤로는 회사를 물려받고 중역을 담당하기 위한 루트를 밟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그러다 돌연 휴직계를 내고 무상자문을 하기 위해 미국의 작은 스타트업을 선택한 것이죠.
이렇게 재벌가 자녀로써는 굉장히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주는 만큼 회사 내에서 그녀의 평판도 좋은 편이라고 하는데요.
단순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주어지는 자리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운만큼 다른 오너가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네요.
과연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회생활을 해왔던 경험이 기업에게 있어서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