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들 사이에 골치 아픈 이슈로 떠오른 것이 바로 ‘횡령’이었죠.
업계 최고 명성을 자랑하였던 튼실한 중견기업은 물론 은행 심지어 국민연금까지. 맘을 곱게 쓰지 않은 직원들로 연일 속앓이를 하였는데요.

그런데 돈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청렴결백해야 할 ‘이 회사’에서 마저 사건이 터졌습니다.
게다가 그 빼돌린 돈이 다소 특별한 ‘동전’임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는데요. 최대 196배 뻥튀기 됐다는 동전의 실체가 화제가 되었죠.
지난 10월 화폐 수집상과 손잡고 100원권 주화를 빼돌린 한국은행 직원 A 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대전세종충남본부에 재직 중인 A 씨는 희소성 있는 동전을 시중에 유출하였는데요. 거기에 화폐 수집상 B 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의혹까지 받고 있죠.

A 씨는 지난해 3월 화폐 수집상인 B 씨로부터 2018년·2019년 제조된 100원권 주화를 출고해 달라는 청탁을 받는데요.
실제 A 씨는 총 24만 장을 빼돌리며 실행에 옮깁니다. 동전을 빼돌려 달라는 청탁뿐 아니라 꼭 집어 2018년과 2019년도 제작 100원짜리를 요구한 것은 의문인데요.
그러나 그 가치를 안다면 의혹은 단박에 풀리죠. 화폐 수집상들 사이에 이들 연도에 제작된 100원권 주화는 희귀템으로 불리는데요.
실제 2018·2019년 제조 100원권 주화는 시중 유통량이 적어 미사용 주화의 경우 액면가 대비 196배의 가격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100원권 주화 100주 1롤 50개의 액면가는 5000원인데요. 하지만 2018년 제조 주화일 경우 1롤에 최소 35만 원에서 최대 98만 원으로 가격이 뻥튀기 되죠.
한국은행에 장기 근무 중이었던 A 씨는 바로 이점을 이용하는데요.
아직 미출고된 화폐가 화폐 환전상을 통해 고가에 유통된다는 점을 업무상 인지했음에도 이를 악용하였습니다.
이에 A 씨가 빼돌린 100원짜리 주화 24만 개는 액면가는 2400만 원이지만 거래가로 따지면 19억 2000만 원에 달했죠.

주화 유출 과정도 나름 치밀했는데요. 한국은행이 일반은행이 요청하는 액면의 화폐를 제공한다는 점을 이용합니다.
다만 제조 순서대로 화폐를 출고하는 절차가 걸림돌이 되었는데요. 이에 A 씨는 주화보관책임자에게 2018년과 2019년 주화를 우선 출고해 달라 부탁하죠.
이후 A 씨는 농협은행이 지정한 화폐 출반입 담당자에게 우선 출고된 동전을 넘기는데요.
화폐수집상 B 씨는 농협 직원에게 지폐 2400만 원을 건네고 동전을 중간에 빼돌립니다.

이런 수법으로 빼돌려진 100원짜리 주화 중 20%가 고가에 판매되었죠. 결국 덜미를 잡힌 A 씨는 경찰에 고발돼 구속될 처지에 처했는데요.
다행히도 팔고 남은 동전은 다시 한국은행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횡령 자체에 대한 충격도 충격이지만, 200배 가까이 뻥튀기된 동전 하나의 가치가 더욱 놀라웠는데요.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 결제가 확산되며 현금의 비중이 줄고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의아한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실제 많은 수집가들 사이에선 희귀한 동전·지폐 수집이 재테크 방법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중고거래 사이트엔 1998년 발행된 500원 동전을 200만 원에 사겠다는 글이 올라와 이목을 끌었는데요.
액면가의 4000배에 달하는 구입 가격에 입을 다물 수 없었죠. 실제 1999년 조제된 500원짜리 주화는 최고 8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는데요.
미사용품 소위 ‘민트급’이라 불리는 주화의 경우 가격을 매길 수 없다고 수집가들을 입을 모았습니다.

1998년산 500원은 예전부터 비싼 가격에 거래돼 왔는데요. 탑티어급 희귀템이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죠.
1997년 ‘IMF 사태’로 이듬해 한국은행은 화폐 발행량을 크게 줄이는데요. 그 덕에 500원짜리 주화는 그 해 단 8000개만 제작됐습니다.
그마저도 외국 선물용 세트로만 제작돼 수집가들 사이엔 희소템으로 인정받고 있죠.
이 밖에도 높은 거래라를 자랑하는 주화로는 1966년 발행된 10원과 50원, 1970년 발행된 100원짜리가 있는데요.

이들은 각각 30만 원대와 10만 원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나 1970년 발행된 10원 주화 중 적동으로 제작된 것은 80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죠.
지폐의 경우 7자리 일련번호가 모두 같거나, 맨 앞자리를 제외한 6자리가 0인 경우 몸값이 뛴다고 합니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수집품을 가지겠다는 수집 욕구에 재테크 욕심까지 더해지며 화폐 수집은 핫한 취미 생활이 되었는데요.
다만, 화폐 컬렉트라는 좋은 취미에 찬물을 붓는 범죄 행위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