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만 추워지는 게 아닌데요. 글로벌 경기 불황에 금융권과 대기업 계열사 등에 희망퇴직 한파가 불고 있습니다.
거기에 채용 규모를 줄이는 등 긴축 경영에 나서며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들이닥쳤죠.

특히나 은행원의 퇴직에 가속도가 붙는데요. 이제 40대면 짐을 싸야 한다는 은행원들의 한숨이 눈길을 모았죠.
작년 말부터 시작된 주요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대상 연령이 크게 낮아지고 있습니다.
만 40세 이상, 부지점장 이하인 젊은 직원들에게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한 것인데요.
이에 이달 말 4대 은행에서만 2천~3천 명에 이르는 은행원들이 대거 짐을 쌀 것으로 예상되었죠.

이는 늘어난 이익을 바탕으로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진 데다 은행원들 사이에 ‘인생 2막’ 설계를 서두르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비대면 금융 전환에 따른 점포, 인력 축소 등도 은행권 희망퇴직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새해 첫 영업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죠. 대상도 대폭 늘어났는데요.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의 경우 1964년 이후 출생자, 4급 이하 일반직·무기 계약직 등의 경우 1978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에 만 44세도 희망퇴직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지난해 부지점장 이상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에 비해 그 폭이 상당히 넓어졌죠.
신한은행은 이와 비슷한 조건으로 2018년도에 희망퇴직은 진행한 바 있는데요. 당시 700여 명이 대거 퇴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희망퇴직으로 신한은행은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월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하였죠.
앞서 우리은행에서도 관리자, 책임자, 행원급에서 각 1974년, 1977년, 1980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가 진행됐는데요.

1967년생의 경우 24개월 치, 나머지는 36개월 치 월평균 임금이 특별퇴직금으로 책정하였죠.
이처럼 희망퇴직 대상 연령 및 직급이 대폭 낮아지면서 은행을 떠나는 직원들의 수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요.
이달 말까지 4대 은행에서만 2000~3000명에 달하는 은행원들이 짐을 쌀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희망퇴직 연령이 낮아진 것은, 우선 직원들의 자발적 희망퇴직 수요가 과거보다 늘었기 때문인데요.

실제 지점장, 부지점장도 못 달고 임금 피크를 맞아 차장으로 퇴직하는 직원이 많은데요. 그만큼 빨리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자는 의지가 높다는 것이죠.
또한 소매금융 점포 축소와 금융 디지털화에 따라 필요 인력을 줄이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됩니다.
은행 실적도 좋아 특별 퇴직금도 챙겨줄 여력이 있는 만큼 지금이 기회라는 의견도 많죠.
다만 은행은 챙겨줄 때 떠나라는 입장이지만 은행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수억 원의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건 매력이지만, 이직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건 문제입니다.
거의 모든 은행에서 인력 감축을 하는 가운데 은행 간 이직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데요.
때문에 퇴직을 선택한다면 새로운 직업을 찾거나 개인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등 말 그래도 인생 2막을 설계해야 하죠.
하지만 은행권의 찬바람보다 더 극강의 바람이 부는 일자리 시장에서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추운 ‘집밖’으로 밀려나게 될 상황은 대기업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요. 특히나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다수의 기업들이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죠.
취업관련 사이트에 따르면 희망퇴직 규모가 가장 크다고 알려진 곳은 롯데하이마트인데요.
대상자만 무려 1300여 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지난달 10년 차 이상 혹은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는데요.
최대 24개월 월급 수준의 위로금과 재취업 지원금 1200만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죠.

롯데면세점도 대리급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 15년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는데요.
25개월치 통상 임금, 일시금 2000만 원 등 보상 조건을 제시했으며 대상자는 160여 명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신규 채용 시장도 얼어붙긴 마찬가진데요. 전체 기업의 35% 이상이 올해보다 채용 규모를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죠.
안 그래도 추운 날씨에 일자리마저 얼어붙으며 국민들의 마음이 시려운데요. 언제쯤 훈풍이 불어올지 한숨만 깊어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