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정말 ‘운명이 기구하다’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는 경우가 간혹 일어나고는 하는데요.
사랑하는 가족을 연달아 잃는 것만큼 인생에 있어 힘든 일을 꼽기도 어려운 듯 합니다.

한국의 전설적인 록그룹인 부활에도 이런 사연이 숨어있었는데요. 바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보컬 김재기와 그의 뒤를 이은 4대 보컬 김재희가 그 주인공이죠.
부활의 보컬인 김재기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동생인 김재기가 보컬이 되었는데요. 김재기가 부활의 보컬로 들어가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죽은 아들이 녹음해둔 앨범을 폐기하고 다른 보컬이 자리를 대체하는 것을 보기가 어려웠던 것인데요. 다행히도 김재희의 목소리와 실력이 비슷해 정식 보컬이 되었죠.
형의 뒤를 이었다고는 하지만 김재희 본인도 우울증으로 오랜시간 힘들어해야만 했는데요. 최근 또 다시 김재희에게 안타까운 일이 겹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슬퍼했습니다.

김재희는 얼마 전 한 방송에 출연해 근황을 소개했는데요. 그는 방송출연 한달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습니다.
사랑하는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든 일일텐데요. 심지어 아내가 세상을 떠난 날이 형인 김재기의 기일이었다는 소식에 많은 팬들이 함께 안타까워했죠.
그의 아내는 희귀암으로 5년 간의 투병생활을 견뎌오다 세상을 떠났는데요. 김재희는 ‘아내가 세상을 떠날 것이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면서 마음 아파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아내가 곁에 있을 것이라 믿어왔기에 제대로 작별인사도 하지 못했던 것이죠. 방송촬영을 하면서도 아직 아내의 빈자리가 실감이 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아내의 기일은 지난 1993년 세상을 떠난 형 김재기의 기일과 일치했는데요.
결국 김재희는 같은 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두 명을 기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어서 그는 아내의 병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기존에 있던 암이었다면 어느정도 약물치료가 가능했지만, 희귀암이었기에 약 자체가 없었다고 하네요.

아내를 살리기 위해 김재희는 말 그대로 백방으로 뛰어다녔는데요.
활동을 거의 접으면서까지 세계 곳곳의 약을 구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속하게 그의 노력이 통하지 않았죠.
그래도 김재희의 마음이 어느 정도는 통했던 듯 한데요. 애초에 아내에게는 1년의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지만 무려 5년이나 버텨냈던 것입니다.
아내의 빈자리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는 곧 이사를 갈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촬영을 하면서도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도중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방송에서는 김재희의 애틋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었는데요. 그는 ‘하늘에서의 하루는 인간 세계에서 10년이라고 한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이제 40년은 있어야 다시 아내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런 말을 꺼낸 것인데요. 자신에게는 40년이지만 아내에게는 나흘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것이 이야기의 요지였죠.
그렇다고 마냥 슬퍼하고 있을수만도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이제 겨우 고3 밖에 안 된 딸이 엄마를 잃고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딸을 이해하고 보듬어주어야 할 것 같다며 걱정하는 모습이었죠.

한 편, 아내도 아내지만 김재기와 김재희의 사이도 굉장히 막역했는데요.
워낙 형제끼리의 우애가 깊었기에 김재희는 한동안 심한 트라우마와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김재희에게 있어서 형은 형 이상의 존재였는데요. 음색이나 음역대도 비슷했고 애초에 형을 보면서 음악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그야말로 음악적 멘토였던거죠.
그렇게 두 형제는 나란히 음악인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형인 김재기는 부활의 보컬로 활동을 시작했죠.

김재기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도 심상치 않은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교통사고가 날 즈음, 김재기는 김재희에게 ‘꿈자리가 사납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심지어는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자리를 대신 해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부활의 리더인 김태원도 ‘죽기 전 주변을 정리하는 행동같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사고로 김재기가 사망한 후에 남은 형제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는데요.
특히나 김재기가 형제들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였던 만큼 더더욱 빈자리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재기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는데요. 여전히 형을 그리워하는 김재희에게 이제는 또 다른 아픔이 찾아온 셈입니다.
그래도 살아가면서 해야할 일도 많이 남았으니 힘들겠지만 잘 딛고 일어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