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에서 외국인 출연자들을 보는 일이 흔해졌죠.
웬만한 한국인들 뺨치는 ‘한국어’ 실력에 국적마저 의심스러워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푸른 눈 노랑머리 한국인은 많은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가상했고, 어설플 한국어 실력이 미소 짓게 만들었는데요.
특히나 한국 적응기는 물론 독특한 자국의 문화를 자랑하던 ‘미녀들의 수다’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죠.
‘미수다’는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하였는데요. 일부 미녀들은 타 방송 출연은 물론 드라마 출연, 가수 활동으로 활동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일본 출신 ‘사오리 장’인데요. 재일교포로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으로 큰 사랑을 받았죠.
사오리는 인기 스타들만 출연한다는 ‘우리 결혼했어요’에도 등장할 만큼 상당한 인기를 누렸는데요.
소녀시대 태연보다 먼저 정형돈과 가상 결혼을 해 정형돈의 X-부인으로 유명합니다.
실제 2013년 지드래곤과 함께 연예 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한 정형돈이 전부인 사오리를 언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가수 활동까지 하루에 2시간도 잠을 못 잘 정도로 바쁜 스케줄을 보내던 사오리는 어느 순간 방송가에서 사라지는데요.
그런 사오리가 15년 만에 충격적인 근황과 함께 팬들 곁으로 돌아와 시선이 쏠렸습니다.
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에 출연한 사오리는 15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며 떨려 했는데요.
그간 방송과 멀어졌던 이유에 대해 ‘미혼 싱글맘’이라는 뜻밖의 단어를 꺼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죠.

사오리는 “내가 아이가 있다”라고 담담히 털어놓는데요.
믿었던 사람이었지만 서로 생각이 많이 달랐다며 싱글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홀로 아이를 키우는 건 쉽지 않은 길이었는데요. 가족 또한 받아들여주지 않는 ‘미혼모’라는 편견이 상당했죠.
임신 중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모는 사오리의 인사도 받아주지 않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데요.

한국에서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건 창피한 일이라는 이모의 말에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떠밀리듯 일본으로 가야 했는데요. 10년간 생계를 위해 카페, 옷 가게, 서빙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만 했죠.
싱글맘이라는 막막한 상황에 극단적인 선택도 여러 번 시도했다고 털어놓는데요.
허나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를 위해 그것만은 안 된다고 다시금 마음을 먹었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용기를 내고 싶다며 당당히 카메라 앞에 섰는데요. 웃으며 살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단단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죠.
창피한 일이 아니라며 당당하게 살고 싶다는 사오리의 말에서 또 다른 미수다 멤버 사유리가 떠올랐는데요.
사오리와 달리 사유리는 스스로 미혼모가 되는 선택을 했죠. 그는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부받아 2020년 건강한 아들을 출산하였는데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관을 실현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박수와 응원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사유리의 비혼 출산이 마냥 축하받지는 못했는데요.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을 깨는 것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죠.
‘사랑없는 결혼’ 대신 ‘자발적 미혼모’를 선택했지만 세상의 편견이 매섭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 요청을 받은 일도 있었는데요.
한국에선 미혼 여성이 정자 기증을 통해 출산하는 일이 불법이기에 양국 간 문화 차이를 청취한다는 취지에서죠.

출산으로 응원뿐 아니라 상처도 많았던 사유리는 정중히 요청을 거절해 눈길을 모았습니다.
한국 사회에선 여전히 미혼모에 대한 시선이 차가운 것이 사실이죠.
특히나 10년 전 사오리가 딸을 출산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 편견은 말로 다하기 어려웠을 텐데요.
하지만 이제 자신의 스스로 ‘엄빠’가 되길 결정한 사유리도 등장한 만큼, 싱글맘 사오리에 대한 힘찬 응원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