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를 걸친 연인에 대한 배신감보다 더 큰 아픔인데요.
무섭게 올라버린 붕어빵의 가격에 “붕어빵 너마저!!”를 외치는 이들이 늘어났죠.

누구나 가슴속에 3천 원쯤 챙겨 다니는 계절이 왔습니다. 길을 걷다 언제, 어디서 붕어빵을 만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인데요.
추운 겨울 골목길 한 켠에서 만날 수 있었던 붕어빵 가게는 우리네 추억이기도 하죠.
붕어빵 한 봉지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걸음은 따뜻한 붕어빵의 온기만큼 가벼웠는데요.
1천 원짜리 한 장이면 붕어 세 마리와 함께 귀가할 수 있었기에 서민들의 간식으로 오래 사랑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1천 원 가지고는 붕어빵 3마리는커녕 한 마리도 사지 못할 수 있는데요.
서울 강남구 등 일부 지역에선 붕어빵 1개에 2000원을 받는 곳도 등장해 ‘서민 간식’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졌죠.
한국인들의 붕어빵 사랑은 좀 유별납니다. 언제 만날지 모르는 붕어빵을 위해 현금을 상시 구비하는 것은 물론 SNS에 붕어빵 노점 위치도 공유하는데요.
자신의 집 근처에 붕어빵 노점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붕세권’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이죠.

심지어 붕어빵 노점상의 위치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까지 등장할 정도로 붕어빵의 인기는 뜨거운데요.
실제 ‘가슴속3천원’이라는 앱은 노점의 위치부터 맛과 가격, 운영시간까지 공유합니다.
붕어빵을 찾아 헤매는 시민들의 여정은 예전부터 있어 왔는데요. 구글 맵에도 붕어빵 노점 정보를 공유했던 기록이 남아있죠.
하지만 붕어빵의 가격이 서민들의 손을 오그라들게 만드는데요.

천 원짜리 한 장에 3마리, 말만 잘하면 서비스도 넣어주던 모습을 이제 보기 힘들죠.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겨울 전국의 붕어빵 가격은 평균 ‘2마리에 천 원’ 수준입니다.
지역에 따라서, 넣는 재료에 따라서 1개에 1000원인 곳도 있는데요. 심지어 강남 붕어빵은 1개에 2000원이라는 비싼 몸값을 자랑하죠.
약 5년 사이에 두 배 넘게 올라버린 건데요. 붕어빵 원재료의 가격 상승이 주된 이유로 꼽혔습니다.

한국물가정보는 붕어빵과 호떡 등 겨울철 간식에 들어가는 다섯 가지 주재료의 가격을 조사해 봤는데요.
5년 전보다 평균적으로 50% 가까이 오르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죠. 특히 붕어빵의 주재료인 팥과 밀가루의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요.
붕어빵을 구울 때 사용하는 LPG 가스도 30% 가까이 비싸졌습니다.
당장 지난해와 비교해 보더라도 원자잿값이 상당히 오른 걸 알 수 있는데요.

밀가루와 팥, 식용유 모두 20% 가까이 오르면서 붕어빵 가격도 함께 뛰어올랐습니다.
최근 떠오른 원·달러 환율 문제와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원인이 되었는데요.
거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서민간식 붕어빵을 위협하고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붕어빵 노점상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인데요. 노점상 A 씨는 “반죽에 들어가는 마가린 가격이 100% 올랐다”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어 찹쌀 반죽부터 팥까지 안 오른 재료를 찾기 힘들다며 불만을 토로하였죠. 치솟는 가격에 시민들도 아쉬움이 남는데요.
붕어빵 가격을 보고 물가 상승을 체감한다는 말부터 붕어빵은 더 이상 값싼 간식이 아니다는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서민들마저 선뜻 지갑을 열기 힘든 가격에 손님이 줄자 문 닫는 가게도 늘어났는데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가게를 연 영세한 노점들이 많다 보니 매출 감소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죠.

게다가 해가 갈수록 단속도 강화되고 있는데요. 잦은 민원과 단속 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문 닫는 붕어빵 가게가 늘어났습니다.
겨울이 되면 붕어빵을 점퍼 안에 고이 모셔오던 아버지의 모습이 선한데요.
단순히 간식을 넘어 따뜻한 추억을 주었던 붕어빵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움마저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