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좀 ‘떴다’라고 하면 겪는 병이 바로 ‘연예인 병’이죠.
갑작스럽게 올라간 인기에 어깨가 하늘을 뚫다 못해 우주로 나가게 되는데요.

실제 많은 스타들이 과거 중증 연예인 병에 시달리며 철없이 했던 행동들을 밝히고 반성하곤 합니다.
연예인 병과 유사하게 가수들이 겪는 심각한 병도 있는데요.
일명 ‘뮤지션 병’이라고 불리는 똥고집 음악집착병을 앓게 되면 그나마 유지했던 인기마저 떨어져 나가죠.
올해 데뷔 30주년이 된 가수 김원준은 ‘X세대의 아이콘’불리며 많은 인기를 구사했던 스타였습니다.

가수 오디션에서 자작곡 ‘모두 잠든 후에’로 300: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김원준은 하루아침에 벼락스타가 되는데요.
오디션을 기획했던 제일기획은 김원준의 매력을 한눈에 알아보았고 곧바로 데뷔 앨범 제작에 돌입하죠.
그렇게 오디션 합격 후 45일 만에 CF 모델과 가수로 데뷔한 김원준은 가요 차트 17회 1위라는 기염을 토하며 대박을 터트립니다.
2집에서도 자작곡’ 언제나’를 선보이며 1993년 골든 디스크 본상 비롯해 MBC, KBS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하는데요.

3집 타이틀곡 ‘너 없는 동안’은 치마패션으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그 시대의 트렌드세터로 떠오릅니다.
조각 같은 외모 덕분에 데뷔와 동시에 드라마와 영화 제의도 물밀듯 밀려오는데요.
1995년 공군사관학교 생도의 생활을 그린 KBS 드라마 ‘창공’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한국의 톰 크루즈로 사랑받죠.
‘김원준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랑받던 김원준은 5집 ‘쇼’로 정점을 찍는데요.

하지만 그의 대표곡인 된 ‘쇼’ 이후 급격하게 내리막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싱어송라이터’로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대중성과는 거리두기에 나서는데요.
‘뮤지션 병’에 제대로 걸린 그는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를 겸비한 앨범을 만들어내며 쇠퇴기를 맞게 되죠.
팬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앨범들은 결국 톱스타였던 그의 지위를 흔들게 합니다.

절치부심하고 낸 7집 타이틀곡 ‘가까이’는 순위 프로그램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꽤 선전했지만 앨범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요.
7집 발매 후 방송 때문에 경비행기를 탔다가, 추락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며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이죠.
목발에 의존한 채 스케줄을 소화하는 등 투혼을 발휘했지만 결국 몸 상태가 좋지 않아 7집 활동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원준 역시 자신이 앓았던 ‘뮤지션 병’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는데요.

지난 10월 방송된 SBS FiL ‘외식하는 날 버스킹’에 출연해 5년간의 공백기에 대해 “뮤지션 병 때문”이라고 전해 눈길을 모았습니다.
김원준은 이날 “2002년부터 5년 동안 활동 기록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는데요.
이어 “‘쇼’라는 곡이 모두가 알고 있는 저의 정점이라면 이후에 나온 앨범들이 내리막길이었다”라고 덧붙이죠.
그는 자신의 활동 그래프를 중간이 없는 ‘네모 모양’이라며 정확하면서도 잔인하게 평가하는데요.

김원준은 “6, 7집 때 제 고집을 줄이고 외부 작곡가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했으면 어땠을까 반성한다”라며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그러면서 “한마디로 뮤지션 병이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해 팬들의 막힌 속을 뚫어주었는데요.
또 비행기 사고로 인한 7집 앨범 활동의 어려움, 사업 실패 등을 털어놓으며 “비싼 수업료를 냈다”라고 전해 눈길을 모았죠.
김원준을 비롯해 많은 가수들이 소위 ‘뮤지션 병’으로 주위를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래퍼 더블케이 역시 “예전에 뮤지션 병이 있었다. 음악 외에는 ‘내가 그걸 왜 해’라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꾸리고 계산기를 두르리다 보니 병을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었다고 전해 웃음을 안겼죠.
최근 솔로로 데뷔한 악동뮤지션 이찬혁의 심각해진 ‘지디병’까지 뮤지션 병에 대한 팬들의 걱정이 많아지는데요.
음악에 대한 열정이라고 봐야 할지 똥고집이라고 봐야 할지는 대중들의 평가가 말해주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