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이 같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을 텐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이 두 가지의 간극을 좁히기가 어렵습니다.

방송인 이경규도 마찬가지인데요. 자신의 직업은 코미디언이지만 꿈은 영화라는 말에서 스타 또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1981년 데뷔이래, 40년의 기간 동안 올타임으로 사랑받는 그는 ‘살아있는 레전드’로 꼽힙니다.
90년대 버라이어티 시대가 열리면서 이경규는 더욱 빛을 보게 되는데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래카메라’로 신드롬을 일으킨 그는 착한 예능의 시작이라고 꼽을 수 있는 ‘양심 냉장고’로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죠.

개그계 원로의 나이에도 시대의 흐름을 읽고 트렌드를 받아들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기에 그는 연예대상 8회 수상에 빛나는 현재진행형 스타입니다.
지금까지도 최정상급 메인 MC로 극강의 생존력을 보여주는 그는 방송사의 성역을 넘나는데도 거침없는데요.
카카오TV에서 론칭한 ‘찐경규’를 통해 매회 새로운 도전을 하는 숏폼 콘텐츠를 선보이며 예능계 패러다임 전환에 완벽히 적응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죠.
그런데 이경규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그의 재력인데요.

40년 가까이 국내 최정상 개그맨으로 여전히 굳건한 인기를 누리는 것에 반해 그의 자산과 관련된 이야기는 그리 알려진 바가 없죠.
방송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경규의 출연료는 1000~15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그가 고정으로 출연 중인 방송 프로그램만 해도 ‘편먹고 공치리’ ‘도시어부’ ‘개는 훌륭하다’ ‘호적메이트’ 등 4개에 이르는데요.
최하값인 1000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해도 월 2억 원, 연봉 24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출연료를 받고 있죠.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큰 사고 없이 꾸준히 방송을 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그의 재산은 분명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일 텐데요.
이름 좀 난 스타들이 수십, 수백억 원에 이르는 부동산을 척척 매입하고 건물주로 이름을 떨치는 것에 반해 이경규의 재력에 관한 이야기는 이상할 정도로 듣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최근 이경규가 자신의 재산과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를 털어놨는데요.
침대 밑에 셀 수 없이 깔려있던 돈은 그의 ‘잘 하고 싶어 했던 것’을 위해 장렬히 전사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었죠.

예능에선 그 누구보다 뛰어난 이경규이지만 그에게도 ‘아픈 손가락’이 존재합니다. 바로 ‘영화’인데요.
개그맨으로 최정성기를 누리던 시절 감독·주연·각본·기획까지 맡은 영화 ‘복수혈전’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영화로 꼽히는 ‘클레멘타인’과 함께 30년이 흐른 지금도 회자되고 있죠.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다 본 사람도 없다’는 비운의 화제작 ‘복수혈전’으로 이경규는 “한 푼도 벌어본 적이 없다”라며 눈물을 머금었는데요.
벌진 못했지만 엄청난 돈은 투자했다는 말에 시청자들 또한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MBC ‘호적메이트’에 출연한 이경규는 과거 전성기 시절 상상을 초월하는 수입을 벌어들였다고 전하였죠.
이날 이경규 과거 동생과 함께 살면서 잔소리는커녕 생활비도 꼬박꼬박 챙겨주는 자상한 오빠였다고 츤데레 이미지를 어필하는데요.
그러면서 “영화 ‘복수혈전’을 찍기 전에는 돈이 진짜 많았다. 돈이 막 침대 밑에 깔려있었다”라고 말해 눈길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그 많던 돈은 안타깝게도 영화로 전부 탕진하는데요. 앞서 한 방송에 출연해 ‘복수혈전’을 찍기 위해 무려 4억 원을 투자하였다고 고백하기도 하였죠.

그는 “당시 강남 빌딩이 4억이었다. 당시 4억이면 지금 40~50억에 달하는 돈”이라고 덧붙이며 영화 실패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하였습니다.
그에게도 ‘복수혈전’의 참패는 흑역사임에 분명한 듯싶은데요.
이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복수혈전’을 만들 것인지, 강남 빌딩을 살 건인지 묻는 시청자의 물음에 단호하게 빌딩을 사겠다고 답해 웃픈 상황을 연출하였죠.
자신에게서 강남 빌딩을 뺏어갔지만 영화는 그래도 이경규에게 여전히 ‘잘하고 싶은 일’인 듯싶은데요.

몇 해전 자신이 출연했던 ‘한끼줍쇼’에서 우연히 만난 보살에게 영화 연출에 대한 점괘를 물어봐 영화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쪽박”이라는 답을 듣게 되는데요. 독설 중에 독설이라면서도 “내비둬 할 거야”라는 그의 말에서 대쪽같은 영화 사랑을 볼 수 있었죠.
살아가면서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구 한 명은 실패를 알고도 용기 있게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데요.
이경규가 또 영화를 제작하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게 그런 마음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