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목이 빠질 정도입니다.
새 차 주문 후 기다리는 기간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화가 나기는커녕 애가 닳을 지경인데요.

인기 차종의 경우 2년 반도 걸린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죠.
이처럼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와중에 최근 ‘신차 새치기’ 의혹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가 품귀여서 새 차를 받는 것이 너무도 어려운데요.
이에 인기가 많은 SUV나 하이브리드 차량은 1년 반에서 2년, GV80의 경우 30개월까지 납기 예정 일정이 밀려 있죠.

그러다 보니 신차 디자인이 나오기도 전에 ‘묻지마 계약’을 하거나 새 차를 받자마자 웃돈을 받고 되파는 경우까지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속 터지는 소비자들은 아예 여러 대를 계약해 먼저 나오는 차를 받겠다는 이들도 생겨났죠. 길어지는 대기 순서에 소비자들은 한숨을 쉬는데요.
아무리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어렵다 하더라도 매일 차를 찍어내는 상황에 그 차들이 모두 어디로 갔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2주 안으로 받아볼 수 있다’라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죠.

바로 장기 렌탈 상품인데요. 최소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차량을 2주 만에 받아볼 수 있다는 글은 ‘신차 새치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또 최근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자 국내 물량을 수익성 좋은 해외로 빼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새어 나왔죠.
실제 올 들어 지난달까지 현대 기아차 수출 물량은 크게 늘어났습니다.
현대차가 72만여 대, 기아차가 65만 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8%, 3.7% 증가하였는데요.

또 렌터카 업계의 경우 장기 렌탈 상품을 중심으로 급성장해 2분기 기준 시중의 렌터카가 100만 대를 넘어섰죠.
이에 대량 구매하는 렌터카 업체나, 수익성 좋은 해외로 물량이 먼저 배정된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현대 기아차는 부인하고 나섰는데요. 법인 물량이든 수출이든 주문 순서대로 생산해 출고하고 있다고 설명하였죠.
그렇다면 렌터카와 해외 수출 물량이 국내 신차 대기 기간과 상관이 없는 것인지 궁금한데요. 정답부터 이야기하자면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새치기는 아니지만 미리 주문한 해외, 렌터카 업체의 물량이 많다 보니, 결과적으로 개인들이 차를 받는 기간이 길어진 것은 사실이죠.
물량 증가에 반도체 수급 문제까지 겹치며 2년째 신차 대기 문제는 개선이 되지 않는데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나섰지만 당장 숨통을 틔우긴 어려워 보입니다.
TSMC의 증산 발표에도 실질적 양산까진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수급을 해결할 정도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음 달 나올 신형 그랜저는 9월 말 기준으로 사전 대기자가 7만 명에 달하는데요.
공개도 되지 않은 상황에 일단 계약부터 하고 보자는 심리가 얹어진 결과입니다.
이런 상황에 차를 인질로 이자 장사에 나선 완성차 업체가 있어 논란이 되었는데요.
연 금리 7%가 넘는 할부를 쓰면 차를 빨리 주겠다는 폭스바겐의 행태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죠.

최근 폭스바겐 공식 딜러사들이 ID.4 예약자들에게 “폭스바겐파이낸셜로 출고해야 ID.4를 빨리 받을 수 있다”라고 안내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ID.4를 폭스바겐파이낸셜로 출고하면 60개월 기준 금리가 약 7.7%에 달합니다.
현재 카드 할부 금리가 연 4% 대인 점을 고려하면 3000만 원을 할부로 했을 때 파이낸셜 상품을 이용하면 수백만 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하는데요.
사전예약을 한 순서대로 대기 순번을 지급해놓고, 파이낸셜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새치기 권리를 주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냈죠.

ID.4는 차 가격이 5490만 원이라 전기차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데요.
지자체별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물량이 한정돼 있어 비싼 이자를 내더라도 차를 빨리 받으려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폭스바겐도 이 점을 이용해 파이낸셜 상품을 권하는 것이죠. 결국 차를 인질로 잡는 ‘나쁜 장사 수법’에 소비자들의 분노만 쌓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오르는 차값에 신차 수급까지 불안정해지며 무작정 계약부터 하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한데요. 자동차 구입이 어쩌다 아파트 분양과 닮아가는지 답답함마저 생겨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