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은 세계 1등이라는 자부심이 꺾였습니다. 삼성이 대만의 TSMC에게 매출액 1위 자리를 빼앗겼는데요.
중국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미국의 무기가 아니라 반도체 공장들이라는 대만 정부의 사명 아래 대만 반도체가 날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올해 3분기 기준 반도체 기업 중 대만 TSMC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매출 세계 1위’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죠.
30년 넘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만 파고든 집요한 신념이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와 인텔을 제친 요인이 되었는데요.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인텔 등 종합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주춤하는 사이 파운드리 분야 실적이 개선되면서 이와 같은 결과를 불러온 것이라고 풀이하였습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올해 3분기 약 27조 54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죠.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매출액이 76조 원으로 이 가운데 반도체 매출은 24~25조 원가량인 것으로 추산하였는데요.
27일 실적 발표를 앞둔 인텔의 경우 3분기 매출액이 22조 700억 원 수준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습니다.
이에 TSMC는 전 분기보다 매출이 11%가량 증가하면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반도체 1위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죠.
TSMC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올라선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의 지형 변화를 꼽는데요.

그동안 저평가됐던 파운드리 사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그간 파운드리에 집중하였던 TSMC의 매출이 급상승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실제 최근 들어 5세대 이동통신(5G),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였는데요.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이 53%가 넘는 TSMC에게 호재가 될 수밖에 없었죠. 반면, 2위인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이 16%가량에 머물고 있습니다.
TSMC가 눈부신 성장세를 보인 데는 대만 정부의 엄청난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죠.

TSMC의 창업자인 모리스 창은 반도체 설계 강자 텍사스인스트루먼츠에서 근무하다 대만 정부의 부름을 받아 국책 반도체연구소에서 일하였는데요.
이후 TSMC를 창업하였고 현재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TSMC는 대만 정부의 세제 지원 등을 바탕으로 연 50조 원에 이르는 거액을 오로지 파운드리 관련 사업에만 쏟아붓는데요.
43조 원을 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에 나눠 투자하는 삼성전자와 출발부터 다를 수밖에 없죠.

그만큼 기술력도 상당한데요. 파운드리 사업은 7nm(나노미터) 미만의 초미세공정과 10nm 이상의 레거시(전통) 공정으로 나누어집니다.
TSMC는 이 두 공정 모두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거기에 5nm, 3nm 등 초미세공정에선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최초’ 타이틀을 두고 경쟁 중이죠.
모든 공정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은 곧 경쟁력이 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7nm 이하 초미세공정에 중점을 두고 있고, 세계 3위권인 대만 UMC, 글로벌파운드리 등은 초미세공정을 포기하고 레거시 공정에만 주력하는데요.

그렇기에 최첨단부터 전통 공정인 레거시까지 두루 섭렵한 TSMC에겐 고객사도 많고 변화하는 반도체 업황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죠.
실제 TSMC에겐 충성하는 고객사들이 줄을 섰는데요. 애플을 비롯해 퀄컴·인텔·엔비디아 등과 오랫동안 거래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애플은 TSMC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로 알려졌는데요.
지난 6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nm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듯했지만, 애플·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은 여전히 TSMC의 손을 놓지 않았죠.

TSMC가 치고 나올 수 있었던데는 삼성전자가 부진한 것도 한몫을 하였는데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의 대부분은 메모리 부문에서 나오는데 최근 시장이 불황을 맞이하며 큰 타격을 받았죠.
실제 3분기 D램 가격은 2분기보다 10~15%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실적 부진 우려에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집중한다는 방침인데요.

경쟁 업체들의 설비 투자 축소 및 반도체 감산 계획에도 삼성은 메모리 감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죠.
대신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기술 선점 등 ‘초격차 전략’을 통해 TSMC와의 격차를 좁혀나갈 방침입니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과거보단 못하지만 애플, 엔비디아 등 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이 계속되는 만큼 TSMC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반도체 1위라는 타이틀을 빼앗긴 삼성이 TSMC를 잡기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