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을 갔을 때 등 한가득 ‘그림’을 그리신 분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고는 하는데요.
요즘에야 미니 타투, 패션 타투가 다양하게 나왔지만, 예전에는 문신이 큼지막한 용이나 잉어, 불경처럼 ‘깍두기’들이나 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여겨졌는데요.

그래서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문신은 ‘군입대 불가사유’에 해당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제 타투는 예술의 한 분야로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특히나 한국 출신의 타투이스트들은 뛰어난 손재주와 남다른 화풍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죠.
마치 수채화를 보는 것 같은 색 조합이나 자신만의 감각적인 도안을 사용하는 유명 타투이스트들은 SNS에서 연예인 못지 않은 팔로워를 자랑합니다.

한국의 전통 요소를 떠올리게 만드는 도안을 전문적으로 디자인 하는 타투이스트도 있는데요.
이런 사람들은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많은 인기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런 타투이스트들이 무려 30년 째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의 놀라움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심지어 브레드 피트, 크리스 마틴, 스티브 연 처럼 내로라 하는 해외 스타들에게 시술을 할 정도로 유명한 월드 클래스 타투이스트 ‘도이’가 법정에 서기도 했습니다.

도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투이스트인데요. 그를 필두로 한국 타투 자체가 ‘파인 타투(fine tattoo)’라는 장르로 불릴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런 흐름을 만든 당사자는 21년 5월 ‘무면허 의료 행위’로 법정에 섰습니다. 의료면허 없이 타투 시술을 했다는 이유였죠.
도대체 그렇다면 타투는 왜 불법인걸까요? 심지어 전세계에서 타투가 불법인 국가는 현재 대한민국 단 한 곳 뿐입니다.
알고보니 의료계의 반대 때문에 타투가 아직까지도 합법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안전성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입니다.
타투가 바늘로 피부를 찔러 그 상처에 염료를 넣는 과정으로 진행되는 만큼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는 것이죠.
그러면 그만큼 도구 사용이나 소독에 대한 엄격한 지침이 만들어져야지, 타투이스트를 싸잡아 불법 행위자로 간주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오죽하면 그래서 국내에서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의사 타투이스트’ 조명신 원장이 나타나기도 했죠.

물론 본인도 의사지만, 타투가 불법으로 간주되는 것은 옳지 않기에 타투 자체가 합법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타투이스트들은 현재 타투 시장의 위생기준이 법제화 되지 않은 것은 타투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합법화가 되면 당연히 양지로 나서면서 규정이 생긴다는 것이죠.
시술 자체가 합법이 되면 당연히 타투이스트들은 본인의 가게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게 마련일텐데요.

이 과정만 거치면 의료계에서 그렇게나 지적하는 ‘안정성’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입장입니다.
다행히 사법부의 태도도 점점 달라지고 있는데요. 부산 고등법원에서 ‘현재 기술로 봤을 때 문신이 의료행위 수준의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례가 나왔습니다.
여기에 ‘마취크림과 문신 시술 기계 역시 사용 방법만 잘 숙지한다면 일반인이 사용하는 데 제한이 없다’는 말을 덧붙였죠.
불법이거나 말거나, 사실 한국의 타투 시장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어 이제는 그 규모를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활동하는 사람만 2만명이 넘고, 비교적 단순한 눈썹이나 헤어라인 문신을 하는 ‘반영구 화장사’는 무려 20만명을 넘어서고 있죠.
타투 시장 규모만 무려 1조원에 육박합니다. 1992년 대법원 판결 이래로 아직까지 법은 바뀌지 못했지만, 이미 현실은 크게 바뀐 셈입니다.
문신 염료 제조사 ‘더스탠다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4명 중 1명은 타투다 반영구 화장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이미 잠재력이 입증된 타투 시장을 현실반영이 되지 않은 고리타분한 법으로 아직까지 틀어막는건 더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계적으로 타투의 한 장르를 한국 타투이스트들이 이끌어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사람들이 더이상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없이 예술 활동에 몰입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