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흔히들 선배가 후배들의 기강을 잡고 서열을 세우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런 군기 문화가 이제는 ‘비효율적인 꼰대 문화’로 인식되면서 불합리하게 선배가 후배를 잡았다가는 바로 뭇매를 맞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2022년이 된 지금까지도 이런 군기 문화가 공공연하게 이어지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계그계입니다.
계그계 군기 문화는 이미 여러번 방송에서 회자가 될 정도로 그 정도가 심하고 일화도 넘쳐날 정도인데요.
군대나 체대에 버금갈 정도로 규율이 자세하면서도 엄격하기로 유명합니다.
김진철 폭행사건이 터져 나왔을 때도 사람들은 크게 놀랐지만 정작 개그맨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일 정도였죠.

그나마 공중파 3사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KBS 개그맨들도 규율이 상당히 엄격한 편인데요.
공채 합격 후 신인들은 1년 동안 진한 화장도 할 수 없고 복장도 정해진 대로 입어야 하며 심지어 택시 탑승까지도 금지된다고 합니다.
십분 양보해서 다른건 다 그렇다 치더라도 본인 돈으로 택시를 타는게 도대체 뭐가 문제인걸까 싶은데요.
개그맨들이 개성이 뚜렷하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사람들인만큼 통제해야 건방짐을 예방할 수 있다는게 그 이유라고 합니다.

눈썰미가 있는 시청자들이라면 KBS ‘개그콘서트’가 있을 당시 신인 개그우먼들이 연차가 쌓이면서 급격하게 스타일이 달라지는 모습을 눈치챘을 것 같은데요.
남녀 불문하고 꾸민 느낌이 없고 머리가 검은색이라면 100% 신인 개그맨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합니다.
개그계 폭행사건이 몇 차례 터지면서 2010년대를 기점으로 군기가 많이 줄었다는 말도 나왔는데요.
사실상 직접적인 폭행이 줄어든 것이지 군기 문화는 2010년대에도 성행했다고 합니다.

방송에서 밝혀진 일화들만 보더라도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부분도 많은데요.
한민관은 신인 개그맨들이 방송국 연습실에서 물을 마시는 것까지 통제했을 정도로 군기를 빡세게 잡기로 유명했습니다.
심지어는 외국인인데다가 특채로 들어온 샘 해밍턴도 한국 개그계의 군기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죠.
샘 해밍턴은 2005년 특채로 데뷔하면서 겪은 KBS의 군기 문화에 질색했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하기도 헀습니다.

최근에는 개그우먼 김지민이 다시 한 번 개그계의 군기 문화에 대해서 입을 열었는데요.
군기가 아니라 ‘괴롭힘 문화’라고 해도 좋을법한 그의 말에 많은 시청자들이 혀를 내둘렀습니다.
김지민은 최근 IHQ의 OTT 예능 프로그램인 ‘바바요’의 ‘킹받는 법정’에 출연했는데요.
이 날 그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정혜진 변호사와 판사 출신 신중권 변호사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직장 내의 괴롭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니 이제는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인 김지민 입장에서도 할 말이 적지는 않았을 듯 한데요.
예상대로 김지민은 ‘군기 문화는 우리 개그계도 장난 아니었다’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해 나갔습니다.
김지민의 말에 따르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개그계에 후배를 때리기까지 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해 패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죠.
여기에 한밤중에라도 선배가 부르면 무조건 집에서 뛰쳐나갔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김지민의 말을 시작으로 방송에서는 ‘직장 내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는데요.
갑질의 범위나 처벌 조항, 그리고 대응 매뉴얼까지 다루어 많은 직장인들에게 실용적인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혜진 변호사는 ‘피해를 입을 경우 일단 증거를 잘 모아야 한다. 결국은 증거 싸움’이라면서 증거 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했죠.
신중권 변호사는 ‘주변 동료들이 어떻게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직장 내 누구든 본인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방송 말미에 김지민은 ‘직장 내 갑질 문제가 발생하면 과태로 최대 1억원을 내고 직장에서도 피해복구를 위해 1억원 보상을 해야한다’며 입법 제안을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시대가 바뀐만큼 무조건 사측이나 선배라고 해서 사람들을 부당하게 괴롭히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요. 개그계도 이런 자정의 움직임이 더 확연히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