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가 발사된 것이 1992년입니다.
꼭 30년 만에 우리 기술로 제작돼 국내에서 발사된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하였는데요.

게다가 최근 한국 최초의 달 탐사궤도선 다누리가 발사돼 달을 향해 가고 있죠.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7대 우주 강국’ 반열에 올랐는데요. 그런데 성공 뒤에서 구슬땀을 흘렸던 과학자들의 말도 안 되는 처우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글이 올라와 공분을 샀는데요.
항우연 연구원 A 씨는 “누리호의 성공으로 다시 한번 2002년 월드컵 때의 가슴 벅참을 느꼈지만 그 뒤에는 상당히 불편한 진실이 있다”라고 글을 올리죠.

해당 글에는 정부출원연구원 중 최하위에 가까운 항우연 연구원들의 연봉을 가감 없이 지적하였는데요.
심지어 나로호 실패 이후 임금이 삭감되기도 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습니다.
또 A 씨는 우주산업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싼값에 기술 이전을 강요하였다고 밝히는데요.
이 같은 행태를 보면서 정부가 항우연 연구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하였죠.

이어서 A 씨는 ‘시간 외 근무 수당 미지급’과 ‘허울뿐인 주 52시간제’ ‘연가보상을 안 해주기 위한 꼼수 규정’ 등을 하나하나 지적하였는데요.
이외에도 한 끼 식대가 6000~7000원꼴인 점, 어이없는 출장비 책정 방법까지 까발려 국민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A 씨의 글에 따르면 항우연이 지급하는 교통비는 기차 새마을호 및 고속버스 기준인데요.
대전 항우연에서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고흥까지 가는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7시간이 넘게 걸리다 보니 대부분 차로 이동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터무니없는 교통비 책정 방법 때문에 출장을 갈 때마다 마이너스라는 것이 A 씨의 설명이었습니다.
게다가 무리한 정규직 전환에 따라 핵심부서는 오히려 인력이 부족해 격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며 열악한 근무환경을 전하였죠.
A 씨는 “이 상태로 간다면 더는 항우연이 주도하는 우주기술에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실제 한국우주항공연구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초임 연봉이 3~4번째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 가운데 항우연은 신입사원 초봉이 3825만 원 수준으로 전체 21~22위 수준으로 나타났는데요.
항우연이 이들 중 세 번째로 많은 예산을 할당받을 정도로 중요한 임무를 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 눈길을 모았습니다.
반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0년 연속 최고의 직장 1위로 뽑히면서 항공우주 인력에 대한 극명한 대비를 보였는데요.
미국의 한 단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NASA는 미국 연방정부 대형 기관 중 직장에 대한 연대감, 만족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보이며 10년째 최고의 직장이라는 명예를 차지하였죠.

논란이 일자 항우연 관계자는 A 씨의 글 내용 중 일부 사실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해명하였는데요.
항우연 측은 최근 고유가를 반영해 교통비를 10만 원으로 인상하였으며 숙박비도 고흥의 경우 5만 원에서 10만으로 올렸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식대는 끼니당 8330원이며 임금 삭감에 대해서도 성과급이 늦게 지급되면서 일부 연구원들이 오인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죠.
해명에도 네티즌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는데요.

많은 네티즌들이 “국뽕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과 이면도 탄탄해야 제2, 제3의 누리호가 나올 수 있다” “진짜 기술에 사람 갈아 넣는 거 그만해야 된다”라며 개선을 촉구하였습니다.
지난해 10월 누리호 1차 발사 실패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른바 ‘병풍 사진’이 공분을 샀었죠.
당시 문 전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뒷배경이 허전하자 누리호 발사를 담당해 온 과학기술자들을 뒤에 동원시킨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되었는데요.

누리호가 위성 안착에 실패하면서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된 상황에 병풍까지 서야 했던 연구원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거기에 항우연의 어이없는 처우까지 드러나며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데요.
그들의 노고를 치사하기 위해선 방송 배경이 아니라 ‘금융치료’가 먼저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