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숨이 턱 막힐 만큼 가슴이 답답한 뉴스들이 많습니다.
몇 년간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였지만 결국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받지 못하고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목숨을 잃어야 했던 역무원의 사연.

음료수를 버리고 타라는 버스 기사에게 무식함을 뽐냈던 20대까지 밥이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하는 이야기가 우리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데요.
듣고 있기 거북한 뉴스들이 이거지는 가운데도 이따금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하는 뉴스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는 사연들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는데요.
거기에 동참에 나서는 시민들의 모습은 선한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 힘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런 따뜻한 마음을 이용하려는 소수의 악한 사람들로 인해 선행이 퇴색되는 일도 있어 모두를 안타깝게 하였죠.
지난해 배고픔에 치킨집을 서성이던 형제에게 무료로 치킨을 나누어주었던 사장님의 사연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 뒤로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일명 돈으로 혼쭐내준다는 ‘돈쭐’에 동참하며 시민들이 선한 영향력이 이렇게까지 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요.
제대로 돈쭐이 난 치킨집 사장님이 얼마 전 서울시 명예시장이 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모두를 뿌듯하게 만들기도 하였죠.

그런데 최근 그가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홍대 치킨집 사장님의 선행이 알려지게 된 것은 고등학생 A 군이 ‘철인 7호’ 치킨 본사로 손편지를 보내면서이죠.
편지에 따르면 사는 형편이 빠듯했던 A 군은 치킨을 먹고 싶어 하는 동생을 위해 5000원 한 장을 들고 거리에 나섰지만 그 돈으로 치킨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없었는데요.
때마침 손님이 없어 가게 앞에 나와 있던 박 대표는 “치킨 치킨”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동생을 달래는 형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들 형제의 사연을 짐작한 박 대표는 형제를 가게 안으로 데려오는데요.
A 군은 박 대표에게 “5000원 밖에 없어요. 5000원어치만 먹을 수 있을까요?”라고 어렵게 말을 꺼내죠.
이들 형제에게 치킨을 실컷 먹여준 박 대표는 “또 배고프면 언제든지 찾아와라, 닭은 원하는 만큼 줄 수 있다”라고 말하며 형제를 돌려보냅니다.
이후 A 군의 동생은 형 몰래 치킨집을 몇 번 더 방문했고, 그때마다 박 대표는 치킨을 공짜로 튀겨주는데요.

한 번은 덥수룩한 동생의 머리를 지나치지 않고 이발을 시켜주는 등 알뜰하게 형제를 도와주었다고 하죠.
해당 사연이 알려지면서 감동받은 네티즌들은 박 씨의 가게에 이른바 ‘돈쭐’을 내겠다며 잇따라 치킨을 주문하거나 선물을 보내는 등 릴레이 선행이 이어집니다.
돈쭐의 강도가 높아지자 본사 직원까지 가세해 장사를 돕는 등 행복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였죠.
이에 사장님도 선행에 선행을 더해 따뜻한 마음을 이어가는데요.

당시 코로나19로 가게 사정이 어려웠던 만큼 욕심도 났지만, 고객들이 보낸 후원금에 자신의 사비까지 보태 결식아동에게 기부하는 통 큰 행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선행을 이용하는 나쁜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었는데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박 대표를 응원하는 사람들 만큼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이들도 많았죠.
박 대표는 “취하셔서 주먹으로 가슴을 툭툭 치신다든지 타이핑을 쳐서 쪽지를 쓰신 분도 계셨다”라고 힘들었던 상황을 털어놓는데요.

쪽지엔 “몇 시 몇 분까지 이 계좌로 입금하지 않으면 당신 가게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는 등 말로 다하지 못할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합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런 진상 손님 때문에 선행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 듯” “돈쭐이 마냥 좋은 게 아니구나” 등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죠.
힘든 상황에서도 박 대표는 지금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행을 이어가는데요.
당시 밀려드는 주문에 잠시 가게 문을 닫아야 했던 박 대표는 이후 형제를 다시 만나지는 못했지만 주위 취약 계층을 위한 기부 활동으로 그 마음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의 선행을 인정해 지난달 서울시는 박 대표를 제5기 서울시 명예시장으로 선발하였는데요.
서울시 명예시장은 시민의 생생한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2016년부터 운영해오는 제도로 시정 주요 분야별 영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공개모집해 선발하고 있죠.
홍대 치킨집 사연 외에도 돈으로 혼쭐난 사연의 사장님들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요.
그 따뜻했던 마음이 퇴색되지 않도록 응원과 격려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