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니클로’의 히트텍을 사 입으면 매국노라는 눈총을 피할 수 없었죠.
아식스에서 신발이라도 사려면 주위에 지켜보는 사람이 있는지 눈치를 살피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최근 ‘노재팬’ 여파에 맥을 못 추던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노재팬 운동이 가라앉으며 2년 만에 유명무실해지고 있죠.
‘노재팬’과 코로나19 감염증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미끄럼틀 탔던 일본 패션기업들이 일본산 의류·골프 클럽 인기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는데요.
재작년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일본 기업들이 지난해 줄줄이 흑자로 전환하거나 손실 폭을 줄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54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는데요.
영업이익은 115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데상트는 스키복·운동화로 인기를 끌며 연 600억~8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유지했었죠.
그러다 2019년 한·일 갈등으로 촉발한 노재팬 여파에 실적이 곤두박질쳤는데요.
2020년 적자를 기록했다가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며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데는 골프 라인 확장 등이 큰 역할을 했다고 파악했죠.

신발 멀티스토어 ABC마트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이 4861억 원으로 6.7% 늘었다고 공시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3배 이상 증가하며 153억 원을 기록했죠. 아식스스포츠와 한국미즈노도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요.
‘오니츠카타이거’라는 스니커즈로 인기를 끈 아식스스포츠는 지난 2020년 999억 원의 매출과 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적자를 면했습니다.
골프용품과 의류를 판매하는 미즈노코리아는 전년 대비 37%가량 매출이 확대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죠.

코로나19 직후 골프 산업이 호황을 거두면서 골프 패션과 아이언 판매가 특수를 누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일본의 대표 패션브랜드인 유니클로는 노재팬에서 완벽히 회복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지난해 영업이익은 529억 원으로 영업손실 884억 원에서 대폭 개선돼 노재팬 운동을 무색하게 만들었죠.
유니클로는 지난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뒤 직격탄을 맺은 기업입니다.

국내 매출이 절반가량 떨어지고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뒤로는 최근 2년간 오프라인 매장 50여 곳이 문을 닫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관리 비용 개선과 한정판 협업 마케팅으로 흥행에 성공하였고 최근엔 ‘품절 대란’이 발생했죠.
독일 디자이너 ‘질 샌더’, 일본 고가 브랜드 ‘화이트 미운티니어링’, 뉴욕 컨템포러리 브랜드 ‘띠어리’ 등과 협업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오픈런’까지 일궈냅니다.
올해 초에는 패션디자이너 르메르와의 협업 제품으로 국내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죠.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일본 패션기업들의 실적 타격은 노재팬보다 코로나19 여파가 더 컸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일본 브랜드들은 국내 브랜드보다 온라인 판매 비중이 적어 점포 등 고정 비용이 컸다”라며 “코로나19 기간 동안 악화된 수익성이 최근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죠.
그렇다고 노재팬의 영향력이 없었다고 보기엔 어려운데요. 데상트의 경우 반일 감정이 거세지면서 경영권 분쟁까지 치르고 중국으로 사업 방향을 틀기도 했습니다.
일본 제품의 회복세에 시민들을 개인의 선택이라는 입장과 함께 ‘선택적 노재팬’이라는 비판을 드러내는데요.

특히 최근 전국을 강타한 ‘포켓몬빵’의 인기를 보며 노재팬 운동의 의미가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포켓몬빵을 제작하는 SPC삼립은 포켓몬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일본의 포켓몬컴퍼니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포켓몬빵 판매액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하는데요.
포켓몬빵을 구입하면 일본기업에 수익이 돌아가지만 포켓몬빵은 연일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죠.

한일 양국의 갈등이 오래 지속되면서 노재팬 운동이 시들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불매운동은 개인의 선택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것도 사실인데요.
하지만 말로는 노재팬을 외치며 동물의 숲과 포켓몬빵에 열광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지양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