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안쓰는 사람 찾기가 더 힘든 세상이죠. 실버폰, 키즈폰, 하다못해 2G폰까지 치면 어린 아이들을 빼고 개인 전화가 없는 사람이 없는 셈입니다.
그렇다보니 통신비용은 거의 필수적으로 나가는 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단 휴대폰이 없으면 안되는만큼 통신비가 비싸지면 그만큼 대중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정부에서도 통신비를 두고 민생과 연관된 중요 지표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데요.
통계청에서는 매년 ‘가계동향 조사’를 시행해 4인가구 월평균 통신비용을 따로 집계해 물가와 생활비에 관련한 내용들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4인 가구의 월평균 통신비용은 약 21만원이었는데요. 인당 월 5만원이 넘어가는 수준입니다.

2020년의 월평균 통신비용이 19만 4천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나 증가한 셈이죠.
이렇게 나가는 돈이 적지 않은 수준인데도 워낙 휴대폰 사용이 일반적이다보니 우리나라 국민들은 통신비 증가에 상당히 무감각한 편이었는데요.
국가에서는 이런 무감각한 성향을 줄이고 합리적으로 통신비용을 지출할 수 있게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상 한국은 통신사가 SK, KT, LGU 이렇게 3사 독점 운영으로 시장을 점령한 상황인데요. 그만큼 서로 담합을 해서 가격을 올려도 국민들이 대응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통신비용 절감에 대한 선택지도 없었으니 비용지출에 무감각할 수밖에 없죠. 지난 7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는 보고서를 하나 작성했는데요.
보고서의 제목은 ‘통신이용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유럽연합의 최적 요금제 고지의무 제도’였습니다.
유럽같은 경우 ‘최적 요금제’를 만들어서 고지를 하고 있는데요. 이용자들이 여러가지 정보를 알고 합리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이 보고서의 요점은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있었죠.

보고서에서는 구체적인 방향까지도 제시가 되어있었는데요. 통신사 이용자들의 개별적인 특성을 파악하고 적정선의 통신 요금을 통신사에서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통신사가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이동통신사에게 ‘5G 중간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요구했는데요.
실제로 5G 서비스 확산을 통해서 통신비가 인상되었지만 여기에 따른 고지도 없고 선택지도 없어 사람들이 통신비 인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본 것입니다.

5G 서비스 도입이 통신비 증가의 원인인 만큼, 요금제 자체를 내려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인데요.
다만 갑자기 강제적으로 요금을 인하하면 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간 요금제를 출시하는 대안책을 내놓았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사실상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압박하자 각 이동통신사는 눈치 게임을 시작했는데요.
중간 요금제가 결과적으로 출시되기는 했지만, 사실상 혜택도 반토막이라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적정한 데이터 용량과 그에 따른 요금제 가격을 먼저 제시해야 하는만큼 이동통신사들이 주저하는 모습이었는데요.
총대를 먼저 맨 것은 SK였습니다. SK텔레콤은 5G 24GB를 제공하는 ‘5만 9,000원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죠.
하지만 금방 ‘꼼수’ 덜미가 잡히고 말았는데요. 소비자들은 10GB와 100GB의 요금제의 중간 가격인 5만 9,000원을 제시해놓고, 50GB가 아닌 24GB를 내놓는 것을 꼬집었습니다.
이제까지 5G 요금제는 너무 비싸거나 너무 싸서 합리성이 다소 떨어지는 상태였는데요.

서비스는 무작정 5G로 바꾸고 신제품들도 5G 전용 모델을 내놓으니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요금제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매달 데이터가 남는데도 비싼 돈을 내거나, 저렴한 대신 데이터가 부족해서 허덕여야 하는 상황을 겪는것이죠.
실제로 10GB 요금제는 5만 원 미만이지만, 각 이동통신사에 선택지가 3개 이내에 불과했는데요.
반면 100GB 이상 요금제는 최대 12만 5,000원으로 비싼데다 이동통신사별로 요금제만 평균 9개 이상이었습니다.

5G 이용자들의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약 25GB 정도인데요. 데이터가 적은 요금제를 쓰기보다 결국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비싼 요금제를 선택한거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직접 3사 CEO를 만나 ‘통신서비스가 국민 필수재’라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선택권을 확대하고 수요에 맞는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결과물은 영 씁쓸하기만 합니다.
과연 소비자들이 본인의 사용량에 맞는 합리적인 통신 요금을 선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